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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에 월드컵 첫 출전, 페널티킥도 막았죠

이집트의 에삼 엘 하다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의 에삼 엘 하다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20~30대 선수들이 주로 뛰는 월드컵에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로 출전한 선수가 있다. 이집트의 노장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45·알 타아원)다.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 엘 하다리는 이집트의 주전 골키퍼로 90분 동안 골문을 지켰다. 만 45세 161일에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엘 하다리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콜롬비아 골키퍼 파리드 몬드라곤이 세웠던 월드컵 본선 최고령 출전 기록(만 43세 3일)을 갈아치웠다. 앞선 두 경기에서 무함마드 엘 셰나위(30·알 아흘리)에게 골문을 맡겼던 엑토르 쿠페르(63) 이집트 감독은 “이번 경기만큼은 엘 하다리가 적격이었다. 새로운 기록을 세웠는데 모든 이집트 국민이 기뻐할 것” 이라고 말했다.
 
1973년 1월 15일생인 엘 하다리는 96년부터 이집트 대표팀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이번 월드컵에 나선 32개국 감독 중에는 알리우 시세(42) 세네갈 감독 등 그보다 젊은 지도자가 3명이나 된다. 22년 동안 엘 하다리가 함께 했던 대표팀 감독만 10명이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그는 2006년과 2008·2010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3회 연속 우승을 이끌면서 아프리카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을 높였다. 그는 이집트에선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다는 뜻으로 ‘하이 댐(High Dam)’으로 불린다. 100여 년 동안 대홍수를 막아낸 이집트의 아스완 댐에 빗댄 별명이다.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이집트가 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본선 티켓을 따내면서 마침내 꿈의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선수 경력에서 거의 모든 걸 이뤘다. 월드컵이 내가 이루지 못한 유일한 것”이라면서 “그라운드를 밟게 되면 매우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는 엘 하다리의 A매치 통산 159번째 경기이자 월드컵 본선 ‘데뷔전’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순간도 있었다. 전반 41분 사우디아라비아의 하탄 바흐비르(알 샤밥)가 찬 페널티킥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관중석에선 엘 하다리의 눈부신 페널티킥 선방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경기에서 엘 하다리는 전반 추가 시간 사우디의 살만 엘 파라지(알 힐랄)와 후반 종료 직전 살렘 알 도사리(비야레알)에게 연속 골을 내줬다. 1-2로 패한 이집트는 결국 조별리그 3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경기 후 “팀 동료들과 이집트 국민에게 죄송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것이 축구”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두 골을 내줬지만, 상대 유효 슈팅 5개를 막아낸 그의 활약에 영국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집트 선수 중에 가장 높은 평점 8.1점을 부여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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