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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나가는 K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앞세워 신약 개발 ‘퍼스트 무버’ 도약

위대한 성공은 시련 속에서 탄생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그렇다. 신약개발 실패도 자산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더 단단해진다. 요즘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빅데이터·블록체인·3D프린팅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신약 연구개발에 적용한다. 이는 연구개발 기간을 줄이고, 정밀의학 실현을 앞당긴다. 첨단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을 주도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K팜(Korea-Pharm) 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속도는 신약개발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다. 치료성과가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냈더라도 제품화가 늦으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폐암 내성표적신약 ‘올리타’가 대표적이다. 경쟁 제품이 먼저 출시돼 혁신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제한적이다. 그동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에 벅차다. 치료 현장에서 사용이 늦다 보니 아무리 서둘러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더 지연된다. 끝까지 개발할 능력은 있지만 전략적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선언한 배경이다. 단순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넘어서 글로벌 혁신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성공에 가장 가까운 실패’인 셈이다. 이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AI·빅데이터·블록체인·3D프린팅 활용
한국은 미래 정밀의학의 기반인 개인 맞춤형 혁신신약 개발의 최적지다. 우선 미국·영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 10번째로 신약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통한 연구개발 능력이 우수하다.

 
기초연구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개발·상용화는 대기업이 역할을 분담한다. 만일 혁신신약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면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을 이전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유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인다. 실제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LAPSCOVERY) 플랫폼, 인공항체 플랫폼 등 복약 편의성을 높인 기술력을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인 MSD,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일라이 릴리 등과 임상 초기부터 공동 연구한다.
 
풍부한 공공 빅데이터도 강점이다. 우리나라는 유전체, 적정 약 사용량, 약물 부작용, 약물 상호관계 등 신약개발에 필요한 바이오·과학기술·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세돌과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 수많은 기보를 학습시키듯 인공지능에 신약개발과 관련된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를 통해 신약 연구개발 효율을 끌어올린다. 안전하면서도 치료 효과가 높은 ‘똘똘한’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 해에 200~300여 건이다. 반면 인공지능은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한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 능력이 사람과 비교해 1만 배 정도 우수한 셈이다. 이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빅데이터와 결합한 인공지능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를 신약개발 퍼스트 무버(Frist Mover·시장 선도자)로 이끌어주는 새로운 도구다.
 

미·유럽 등 의약품 선진국 직접 진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의약품 선진국인 미국·유럽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동아ST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획득한 의약품이 20개에 이른다. 이 외에도 글로벌 최대 바이오 컨퍼런스인 ‘BIO USA 2018’에서 알테오젠은 브라질 국영기업과 신약개발 MOU를 체결했다. LG화학은 영국 항체개발기업인 IONTAS와 협력해 바이오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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