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인터뷰]日인류학자 이토 "북한도 개성 강한 사회…변화 원동력 될 것”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토 아비토(伊藤亜人)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50여년 간 남북한을 연구해 온 학자다.

1968년 도쿄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2년 한국으로 와 진도를 시작으로 경북 안동 등 전국 각지를 돌며 한국의 전통문화,사회 등을 연구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서 한국을 연구한 첫 세대 문화인류학자였다. 특히 그가 6개월간 머물며 조사 했던 진도에 대한 연구 내용은 일본 내 한국 문화인류학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그 공로로 2003년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도쿄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였던 그가 류큐(琉球)대학을 거쳐 2009년 와세다(早稲田)대학으로 옮기면서 그의 연구 영역은 본격적으로 한반도 북쪽으로 향했다. 3년여 동안 끊임없이 탈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수기를 쓰게 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탈북자 수기가 450여 편이다. 이를 토대로 그는 지난해 일본에서 ‘북한인민의 생활’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북한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는 일본의 북한 연구자들에게 소중한 간접체험서로 꼽힌다.

비핵화를 둘러싸고 북한 김정은 정권이 보이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들은 북한사회 내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북한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토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그 동안 고립돼있던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며 “김정은은 북한 내 변화에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뇌물, 암거래 등의 ‘비공식’이 '공식’인 사회가 되면서 이를 그대로 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토 교수와의 인터뷰는 북미 정상회담 이틀 뒤인 지난 14일에 이뤄졌고, 이후 전화통화로도 추가 인터뷰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강력한 조직과 제도로 주민들을 통제해왔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퍼스널리즘(Personalism:목적달성을 위해 자신의 판단 선택을 우선하는 행동양식)가 강한 북한 주민들은 인사 청탁, 뇌물 등을 하면서라도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러한 북한 주민의 ‘퍼스널리즘은 식량 위기의 북한에서도 살아남게 했고 앞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도 이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2주정도 지났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사회에 끼치는 영향도 궁금하다. 김정은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 생각하나.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은 지 20년 됐다. 그 사이 북한은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이 ‘공식’인 사회가 됐다. 북한이 소련의 지원 아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뒤 가장 강력한 제도와 조직을 갖추고 주민들을 지도했다고 평가받는 1970년대에도 ‘비공식’은 있었다. 더 좋은 자리로 가게 해달라고 뇌물을 주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었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이러한 비공식 행위를 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뇌물, 도둑질 등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이 사실상 현재 북한을 유지하는 기본 틀, 즉 ‘공식’이 된 것이다. ‘비공식’을 그대로 두면 체제 유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북한 정부는 이미 체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미 정상회담은 고립돼 있던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김정은은 물론 엘리트층들도 이를 계기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북한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1972년 진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0여 년 간 한반도를 연구해 왔고 7년 전부터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북한 사회도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은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고 서로 다른 체제 아래 살고 있지만 결국 같은 민족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퍼스널리즘이 강한 사회이다. 즉 국가, 사회가 만든 제도, 조직을 그대로 순응하기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해 행동하는,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퍼스널리즘은 한국 사회 전체의 역동성으로 이어져 한국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물론 이러한 ‘퍼스널리즘’이 ‘뇌물’, ‘청탁’ 등을 만연하게 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개선됐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국가가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 강력한 조직과 제도를 만들어 주민들을 통제해왔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과) 같다. 인사 청탁을 하거나, 뇌물을 주는 ‘비공식’ 행위는 이미 1970년대부터 존재했다. 이는 엄격한 조직, 제도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퍼스널리즘’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북한 주민의 ‘퍼스널리즘’는 식량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게 했고, 앞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나.

"김정은은 자신의 체제 유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북한 사회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북한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체제를 유지를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만드는 등 북한 주민들의 한(限)을 쌓아 왔다는 사실이다. 이들을 치유하는 문제가 사실상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을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변화까지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한국의 민속학 등을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였다.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을 오랫동안 연구해 오면서 당연히 북한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있었다. 특히 1970년대 초 진도에 살 때 해방 후 한국 농촌 사회를 연구하면서도 해방 후 북한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심이 많았다. 문화인류학은 1년, 2년 시간을 들여 현지에 들어가 살면서 관찰하는 것이 주된 연구 방법이다. 언젠가 북한을 연구할 시기가 오면 해야겠다 생각해왔는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서 이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쿄대학교 정년퇴임 후 오키나와 류큐(琉球)대학을 거쳐 2009년 와세다(早稲田)대학으로 가게되면서 준비에 들어갔다."

-현지에 들어가 직접 살면서 관찰하는 것이 문화인류학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에 가지 않고 탈북자를 통해 어떻게 북한 사회를 연구한다는 것인가.

"탈북자를 여러 번 만나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또 이 이야기들을 여러 각도에서 보면, 현지에 살면서 관찰한 것만큼은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북한 사회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화인류학은 직접 살면서 관찰한 뒤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필드를 중심으로 한 연구다. 살면서 그 지역 주민의 생활, 경제 활동뿐만 아니라 친구, 친척 등 개인적인 관계까지도 관찰하고, 여러 각도, 예를 들어 세대, 신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 뒤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문화인류학이다.
따라서 인터뷰는 문화인류학에서는 보조적이지 주된 연구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뷰'밖에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필드 연구에 가장 근접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탈북자 한 사람을 여러 번 인터뷰하고, 또 탈북자들이 수기를 여러 번 쓰게 한 것이다."

-연구 방법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필드 연구에서는 '관계'가 중요하다. 현지에 들어가서 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서 보고 듣고 느끼는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북자를 통해 북한 사회를 연구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여러 번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약 15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20번 이상 만났다. 그리고 또 하나는 수기다. 자신이 북한에서 겪었던 것을 직접 여러 번 쓰게 했다. 주제는 스스로 정하게 하고 쓰고 난 뒤 그 다음 만날 동안 생각난 내용을 덧붙이거나 수정해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많은 경우 한 사람당 약 30~40편의 수기를 받아, 총 450편 정도 됐다. 매달 한번씩 한국에 갔고 약 3년간 진행했다. 집필까지 합하면 연구는 총 6년 정도 걸렸다. 연구할수록 북한과 주변 국가와의 격차를 더욱 실감했다. 이에 대해 앞으로 더 연구해보고 싶다."

yuncho@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