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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체리 피킹과 경제정책 방향의 재정립

박진석 경제부 기자

박진석 경제부 기자

경제학에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란 용어가 있다. 과수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질 좋은 과일만 내보이고, 질 나쁜 과일은 숨기거나 버리는 행태에서 유래했다. 경제적으로 사용되면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만 보여주면서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행태라는 의미가 된다.
 
체리 피킹은 특히 통계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자주 논란이 된다. 통계는 표본과 조사 기준·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통계를 전달하려는 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조사 환경을 설정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본지가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 정책 관련 설문조사(21일 자 1·4·5면) 과정에서 이 용어가 등장했다. 주관식 설문에 응한 한 교수는 “이른바 청와대 경제 실세들이 대통령에게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 체리 피킹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배 지표에 대한 자의적 해석 논란 등에 대한 지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강행에도 올 1분기 저소득층 소득은 줄어들고,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났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확인 결과 통계청 자료에서 자영업자를 제외한 임금 근로자만을 뽑아내 한국노동연구원이 새로 작성한 보고서에 터 잡은 발언이었다. “자의적 통계 짜 맞추기”라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비판의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40명 중 절대다수인 37명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시급히 손봐야 할 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첫 손에 꼽혔다. 청와대 인용 자료의 비현실성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기존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금이라도 체리 피킹 과정에서 버려진, 썩은 체리들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본 뒤 경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하길 바란다. 멀쩡한 체리들까지 함께 썩어들어가기 전에 말이다.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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