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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기업 사회공헌,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되는 이유

김주연 한국P&G 대표이사

김주연 한국P&G 대표이사

얼마전 선행으로 유명한 가수 션으로부터 푸르메병원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재활병원으로 2년전 문을 연 이 병원의 건립 기금 400억원은 놀랍게도 1만여명의 일반 시민과 500개 기업이 힘을 합해 마련했다고 한다. 특히 가수 션의 주도로 매일 1만원씩, 1년에 365만원을 모아 기부하는 ‘만원의 기적’ 캠페인은 큰 반향을 얻었다. 혼자서 400억을 모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만원씩 차곡차곡 모으다 보니 400억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는 한부모 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이승훈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관람했다. 그동안 P&G는 한부모 가정에 생활용품을 지원하거나 봉사하는 활동을 해왔는데, 이들 가정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이 날 한 아이는 경기장을 떠나면서 한껏 꿈에 부푼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저도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될래요.” 아이의 꿈을 응원하면서, 경기 관람 티켓 한 장의 효과가 이렇게 대단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올림픽 톱 스폰서로서 했던 다양한 활동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순간 중 하나이기도 했다.
 
두가지 장면에서 중요한 사실은 400억의 기적이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순간이 1만원의 도움이나 운동 경기 티켓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보통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는 회의론과 안주론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 비즈니스와 무슨 관계지’, ‘예산이 별로 없는데’, ‘이미 다른 회사가 하고 있지 않을까’, ‘이 정도 기부면 충분하지 않나’ 등이다.
 
기업의 사회적 존재 목적중 하나는 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비즈니스와 아무 관계가 없어도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본다. 더욱이 직원들의 자부심, 실제로 활동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 또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기업에는 예산 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자원이 있고, 재능기부로도 훌륭한 사회 공헌을 할 수 있다. 최근에 만나본 스타트업들은 창업 자금 이외에도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업 교육, 새로 바뀐 세법이나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 유용한 지식과 역량을 스타트업이나 작은 중소 협력사, 여성 창업자들에게 전수한다면 그 자체로 값진 활동이 된다.
 
칫솔이나 페브리즈 같은 스프레이 용기는 여전히 재활용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서울 지역 아파트와 학교에 수거함을 비치하고 4만 가구와 7000명의 학생으로부터 다 쓴 용기와 칫솔을 수거한 뒤 예쁜 화분으로 업사이클링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화분 판매금은 어린이 치아 관리 기금으로도 기부한다. 다른 회사도 동참한다면 스케일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 입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린이 환자 지원을 예로 들어 보자. 난치병이나 저소득 가정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활동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는 대단히 뜻깊은 일이다. 어린이 전문병원이 전국에 별로 없어서 보통 서울 병원을 찾아오는데, 부산이나 광주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와 온종일 치료를 받기도 한다. 보호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치료를 받아야 해서 엄마, 아빠는 대기실 소파에서 쪽잠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니 대단히 안쓰럽다. 그래서 P&G는 부모님들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생활용품, 기저귀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계속 고민한다면 도움될 구석이 또 나올 것이다.
 
1만원씩 모으자고 외치는 첫 번째 사람이 없다면 400억의 기적도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이 하는 여러 활동을 통해 인생의 꿈과 희망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기업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며, 각자 가진 고유의 재능과 자원을 가지고 사회 곳곳에 좀 더 기여할 곳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돕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김주연 한국P&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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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