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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지배 꿈꾸는 터키 에르도안, 16년만에 가장 어려운 선거

24일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후보인 무하렘 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EPA=연합뉴스]

24일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후보인 무하렘 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EPA=연합뉴스]

 터키 정치가 변화를 겪고 있다.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16년간 선거에서 이겨가며 천하무적으로 자리매김해왔던 정치 구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터키에서는 24일(현지시간)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제를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대선에 출마했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국가 사법체계에 개입할 권한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고 공직자들을 의회의 견제 없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갖는 대통령직을 신설한 에르도안은 내년에 치러질 예정이던 선거를 이날로 앞당겼다.
 
 하지만 손쉽게 대통령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의 집권 사상 처음으로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터키 대선은 이날 투표에서 50%를 득표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달 8일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선두와 2위 후보가 겨루는데 에르도안으로선 1차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지도력이 약화했음을 보여주게 되고, 2차의 경우 다른 후보 간 연합이 이뤄져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도 현지 언론들은 내놓고 있다.
 
 대선에는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이끄는 에르도안 현 대통령(64)과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무하렘 인제 의원(54) 등 총 6명이 출마했다. 다른 주요 야권 후보는 ‘좋은당(IP)’ 대표 메랄 악셰네르(61) 전 내무장관, ‘인민민주당(HDP)’ 셀라핫틴 데미르타시(45) 전 공동대표 등이다.
터키 대선과 총선이 24일 동시에 실시됐다. [AP=연합뉴스]

터키 대선과 총선이 24일 동시에 실시됐다. [AP=연합뉴스]

 
 개정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중임이 가능하다. 중임 때 조기 선거를 실시하면 5년 추가 임기가 주어져 이론적으로 에르도안은 이번에 당선되면 최장 2030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21세기 술탄'에 등극하려던 에르도안이 역대 가장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은 경제 사정이 나쁜 가운데 강력한 경쟁 정치인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CHP 소속 인제 후보가 야당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에르도안의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까지 다가가고 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2002년부터 의원으로 활동해온 인제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다 정계에 입문했다. 에르도안이 AKP를 창당한 이후 모든 선거에서 해당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져온 흑해 해안 도시에 사는 한 청년은 “아무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가 속한 정당을 더는 믿지 않는다. 구호품을 배포하는 회의에서조차 에르도안은 가난한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해 좌석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인제 후보는 터키 유권자들에게 자유와 공포, 국가적 명성과 고립, 종교 선택의 자유와 강요, 열려있는 마음과 외국인 혐오증 사이에서 선택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에르도안은 의회 연설에서 인제 후보를 ‘가난한 사람'으로 표현하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인제는 “우리는 같은 시기에 같은 급여를 받았었는데 왜 당신은 부자가 되고 나는 가난해졌느냐"고 되물었다. 에르도안이 총리 시절 받은 급여는 국회의원과 별 차이가 없었던 점을 거론하며 에르도안 주변 인물들의 부패 혐의를 들춰낸 것이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강력한 1인 지배 체제를 비난하며 경쟁자로 떠오른 무하렘 인제 후보 [EPA=연합뉴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강력한 1인 지배 체제를 비난하며 경쟁자로 떠오른 무하렘 인제 후보 [EPA=연합뉴스]

 에르도안이 집권하는 동안 터키는 다양한 민족 간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인제는 이를 겨냥해 국가의 고용 관행에서 차별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구직자가 터키인인지 쿠르드인인지, 수니파인지 아닌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머리에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는지 아닌지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화폐 가치가 최근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이 11%에 달하는 등 경제 불안은 선거의 최대 이슈다. 이를 고려해 인제 후보는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책 강화, 모국어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외국어 교육 강화 등을 공약했다.
 
 터키는 2016년 7월 쿠데타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제 후보는 선거 이틀 전 최소 10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유세에서 “만약 에르도안이 이긴다면 여러분의 휴대전화는 계속 도청당할 것이고 공포가 우리를 지배할 것"이라며 “내가 승리한다면 법원은 독립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되면 48시간 내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고, 국가비상사태 선포 때도 정부가 의회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1세기 술탄' 등극을 노리는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역대 선거 사상 가장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21세기 술탄' 등극을 노리는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역대 선거 사상 가장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세에서 인제 후보를 겨냥해 “물리학을 가르치는 것과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이 되는 데에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통령 1인 지배를 꿈꾸는 에르도안이 패배하면 터키 정치 지형은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를 경우 수년 동안 터키는 정치적 불안정 상태에 돌입할 전망이다.
 
 선거 전 옵티마르 리서치회사가 지난 14~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에르도안은 51.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인제 후보가 28%, 데미르타시 후보가 10.3% 등을 뒤를 이었다. 에르도안이 최종 승리에 이른다 하더라도 터키 유권자들은 그에게 과거와 같은 절대 신뢰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이미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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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