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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더미서 찾은 다산 하피첩, 또 다른 건 없을까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열 박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열 박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지역 쇠퇴ㆍ소멸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10년 후엔 각 지역에 흩어져있는 ‘원천콘텐츠’ 의 발굴ㆍ보존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의 종합 계획 수립을 진두지휘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이상열(49) 박사는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삶의 흔적들을 체계적으로 수집ㆍ관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난해 3월부터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은 전국 231개 지방문화원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향토문화자료를 발굴하고 이를 영상ㆍ음반ㆍ앱ㆍ공연 등 문화콘텐트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총 185개 ‘원천콘텐츠’를 발굴ㆍ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콘텐트는 다음 달부터 한국문화원연합회 홈페이지(www.kccf.or.kr)를 통해 공개된다.  
 
어떤 자료가 ‘원천콘텐츠’인가.
“생활의 기록은 모두 ‘원천콘텐츠’가 된다. 농사일기와 거래 문서, 영수증 자료 등을 분석하면 지역의 역사와 사건들을 알아낼 수 있고, 그 속에서 이야기도 나온다. 옛날 사진 속 배경을 연구해 지역의 변화상을 읽어낼 수도 있다. 이런 민간 자료들이 유실되기 전에 확보해야 한다.”  
 
이 박사는 2010년 국가 보물로 지정된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을 사례로 들어 “자료의 중요성을 모른 채 처박아뒀다 이사할 때 버리고 가는” 세태를 걱정했다. 하피첩은 다산이 부인의 치마에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적은 서첩으로, 2004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이 박사는 “이런 자료의 발굴 과정에서 지방문화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전국 구석구석에서 사업을 펼쳐오며 주민과 밀착해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는 것이다.  
 
지방문화원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위탁 보관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굳이 기증을 받지 않더라도 보관하면서 기본적인 보존 처리를 할 수 있고 체계적인 연구도 가능하다. 자료 분석을 위해서는 학예사 등 전문가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지방문화원이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회성 사업이나 문화학교 등 프로그램 운영 중심인 현 지방문화원 기능을 체계적이고 호흡이 긴 지역문화사업 수행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발굴한 ‘원천콘텐츠’는 어떻게 활용되나.
“다양한 문화산업에 중요한 이야기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웹툰ㆍ영화로 제작돼 큰 부가가치를 거둔 ‘신과 함께’도 불교와 무속의 저승 이야기에서 파생된 콘텐트다. 또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도 ‘원천콘텐츠’의 힘은 크다. 향후 지역의 인구 구성이 바뀌면 새로운 이주민과 토박이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모아둔 지역의 ‘원천콘텐츠’를 통해 이들이 마을 삶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면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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