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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없지만 서운한 나라도 없게…'文의 4강 관여외교' 시동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취임 직후부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승부수를 던져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근 한반도 정세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변화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는 새로운 도전요인이 잠복해 있다.  
 
눈여겨 봐야 할 변화는 북·중·러라는 ‘북방 삼각구도’의 재결성이다. 냉전시대 때 유지됐던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는 옛소련의 붕괴 등 시대적 흐름과 함께 변해왔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은 최근 5~6년 간에는 한·미·중·일·러 대 북한이라는 5대1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오히려 북·중·러 ‘옛 동지’들이 다시 힘을 합치는 구도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 직후 세번째로 방중(19~20일)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북·중 정상회담에서)새로운 정세 하에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을 더 강화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 곁에 중국이 붙어 작전 코치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말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방북했고, 김정은이 그를 직접 만나 환대했다. 이후 북·중·러는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대동단결해 미국의 일괄타결식 접근에 대항하는 모양새였다. 6·12 북·미 정상회담 때 일괄타결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북·중·러 연합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여기서 한국 외교의 고민이 시작된다. 북·중·러는 한·미·일 중에서 한국을 끌어당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태도에 따라 3대3 구도가 4대2 구도로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느 나라와도 밀월하지 않으면서 어느 나라도 서운하게 만들어선 안 되는 ‘문재인식 4강 관여외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측면에서 21~24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양자관계 발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을 초청하는 등 북핵 구도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문 대통령이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남북러 3각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는 향후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경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러시아가 최우선적인 파트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들 하지만 러시아는 6자회담 당사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향후 비핵화 국면에서 촉진자 역할도, 그 반대의 역할도 할 수 있는 나라”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이상의 대성공”(20일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 “일부 전문가들이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것”(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접견) 등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국내적 비판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뉴스들은 내가 북한에 많은 이득을 줬다고 하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송받고 축하받고 있다”고 올리기도 했다.  
 
미국이 3차 북·중 정상회담을 편치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청와대가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20일 김의겸 대변인)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도 이번 김정은의 방중을 한국에 사전 통보하는 등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한국 정부의 적극적 외교 행동은 중국 정부의 외교 이념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진해온 일본인 납북자 피해 문제를 대신 제기해주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회담에서 이미 이 문제를 꺼냈으며, 향후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북측과 논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다. 주변 4강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김정은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그냥 건너뛰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이 북·미 모두에 계속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한 정교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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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