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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된 히딩크·알파고의 공통점···고정관념 깬 고수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5)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에는 돈 버는 방법, 사교 능력, 처세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선택의 기술’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고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바둑은 선택의 기술을 겨루는 게임
독일의 시인이자 의사였던 한스 카롯사는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와 같은 작은 문제부터 우리는 항상 선택해야 한다. 대통령을 고르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선택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생이 선택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바둑은 매번 자기가 둘 때마다 어디에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바둑은 '선택의 기술'을 겨루는 게임이다. [중앙포토]

바둑은 매번 자기가 둘 때마다 어디에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바둑은 '선택의 기술'을 겨루는 게임이다. [중앙포토]

 
선택의 중요성은 인생의 축소판인 바둑판에서 선명하게 엿볼 수 있다. 바둑은 매번 자기가 둘 때마다 어디에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판의 바둑이 250수 정도이니 흑과 백이 각각 120번 정도 선택하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바둑은 ‘선택의 기술’을 겨루는 게임이다.
 
이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상식이지만 고수는 대부분 좋은 수를 선택한다. 그러나 하수는 악수나 별로 좋지 않은 수를 고른다. 실수하거나 결정적인 패착을 두기도 한다. 그것이 결국 승패를 결정한다. 인생 역시 선택의 게임이다.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을 하려면 몇 가지 방안을 놓고 비교하는 일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후보가 3명이라면 셋을 비교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고르면 된다.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역시 두 가지를 놓고 비교하면 된다.
 
이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경우 선택하려는 방안에 대한 수읽기를 해야 한다. 내가 이 길을 택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논리적으로 추리해 봐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수읽기를 대충 하며 살아간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 것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수읽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무거나’라고 한다.
 
한 바둑대회에서 초등부 참가 선수들이 수읽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한 바둑대회에서 초등부 참가 선수들이 수읽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그런데 수읽기 이전에 선택을 잘하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폭넓게 생각하는 것이다. 점심때 자주 가는 두세 군데 식당이 있다고 하자. 이곳을 단골로 다녔는데 알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 경우가 있다. 대안을 많이 알고 있으면 더 맛있고 저렴한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뭐 어려울 게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사람들은 몇 가지 그럴듯한 수만을 놓고 판단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대안을 떠올리는 것을 방해하는 강적이 있다.


선택을 방해하는 고정관념
선택할 대안을 찾아내는 데 무서운 적은 바로 고정관념과 편견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편견을 갖고 살아간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색다른 대안에 착안하지 못한다.
 
근래 바둑에서도 사람은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친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이 더 놀란 것은 알파고가 매우 창의적인 수를 두어 이겨간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독창적인 수를 기계가 구사하니 놀랍지 않은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수를 두고 있다. 맞은편은 알파고 개발 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선임연구원. 아마 6단인 그는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놓았다. [중앙포토]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수를 두고 있다. 맞은편은 알파고 개발 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선임연구원. 아마 6단인 그는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놓았다. [중앙포토]

 
이것은 알파고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 수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파고는 그런 것을 초월해 최선의 수를 찾는다. 예전에 히딩크 감독이 학연, 지연 같은 것을 벗어나 오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한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인생살이에서 올바른 수를 선택한다면 인생의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대안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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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