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재즈는 난해한 음악? 뉴올리언스 가면 문외한도 들썩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음식, 성생활, 정치 같은 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즈 음악만은 해독하지 못해 초록색 비늘로 덮인 머리만 긁적일 것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사가 테드 지오이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재즈는 어렵다. 지구인에게도 어렵다. 한데 재즈 본고장 뉴올리언스에 가면 다르다. 광장·카페·술집에서 온종일 뮤지션과 눈 맞추며 음악을 듣다 보면 난해한 선율과 리듬마저 온몸으로 느껴진다. 지난달 말, 미국 뉴올리언스를 다녀왔다. 개성 넘치는 음식과 유럽풍 건축물도 근사했지만, 재즈에 견줄 순 없었다.
뉴올리언스의 대표적인 재즈 클럽 '재즈 플레이 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108년 역사의 ‘오리지널 턱시도 밴드’. 루이 암스트롱도 몸담았던 밴드다. 최승표 기자

뉴올리언스의 대표적인 재즈 클럽 '재즈 플레이 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108년 역사의 ‘오리지널 턱시도 밴드’. 루이 암스트롱도 몸담았던 밴드다. 최승표 기자

 
아침 광장의 버스킹 공연 
뉴올리언스 여행의 중심은 ‘프렌치 쿼터’다. 프랑스가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뉴올리언스라는 도시를 설립한 1718년부터 지금까지, 300년 역사가 응축된 지역이다. 미국에서 흔치 않은 역사 지구여서 연방 정부는 1920년대부터 프렌치 쿼터의 경관을 보존하는 법을 제정했다. 함부로 건물을 짓거나 헐 수 없다. 면적은 1.7㎢에 불과하지만 무수한 재즈 클럽과 맛집, 갤러리 등이 벌집처럼 들어차 있다.
잭슨광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브라스 밴드의 버스킹 공연이 이어진다. 최승표 기자

잭슨광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브라스 밴드의 버스킹 공연이 이어진다. 최승표 기자

오전 9시. 조용하던 잭슨 광장에서 브라스 밴드(관악기 중심의 밴드)의 연주가 시작됐다.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같은 익숙한 곡들이 들려오니 어깨가 들썩였다. 골목을 둘러봤다. 100년 전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장면 같은 거리 풍경과 내내 귓가를 맴도는 재즈 선율에 가슴이 벅찼다. 
루이 암스트롱이 1917년 첫 앨범 녹음 때 사용했던 트럼펫의 일종인 코넷. 재즈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최승표 기자

루이 암스트롱이 1917년 첫 앨범 녹음 때 사용했던 트럼펫의 일종인 코넷. 재즈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최승표 기자

뉴올리언스 재즈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박물관 입장료 6달러만 내고도 수준급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뉴올리언스 재즈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박물관 입장료 6달러만 내고도 수준급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최승표 기자

프렌치쿼터 한편에는 재즈 박물관이 있다.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1901~71)이 1917년 첫 음반 녹음을 할 때 썼던 코넷(트럼펫의 일종)부터 기라성 같은 재즈 뮤지션의 악기, LP판,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2층 공연장에서는 지역 뮤지션의 공연도 이어진다. 그렉 램부시 이사는 “모든 공연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하니 한국에서도 즐겨 달라”고 말했다. 곧바로 박물관 페이지를 찾아 ‘좋아요’를 눌렀다. 
재즈 클럽과 맛집이 모여 있는 버번 스트리트. 프렌치 쿼터에서도 가장 북적대는 거리다. 최승표 기자

재즈 클럽과 맛집이 모여 있는 버번 스트리트. 프렌치 쿼터에서도 가장 북적대는 거리다. 최승표 기자

어스름한 시각, 버번 스트리트의 아너드 재즈 비스트로(Arnaud’s jazz bistro)로 향했다. 100년 역사의 식당인데, 뉴올리언스에서 흔치 않게 식사를 하면서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벤조‧콘트라 베이스‧트럼펫으로 이뤄진 3인조 밴드가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손님과 무릎을 맞대고 연주를 했다. 신청곡을 받아 즉흥 연주를 했는데 익숙한 팝 음악도 많았다. ‘You are my sunshine’ ‘Yesterday’ 같은 노래가 나올 때는 점잔 빼던 사람들도 ‘떼창’을 했다.
올해로 개업 100년째를 맞은 '아너드 재즈 비스트로'에서는 뉴올리언스 전통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재즈 밴드가 자리를 옮겨다니며 신청곡을 받아 즉흥 연주한다. 최승표 기자

올해로 개업 100년째를 맞은 '아너드 재즈 비스트로'에서는 뉴올리언스 전통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재즈 밴드가 자리를 옮겨다니며 신청곡을 받아 즉흥 연주한다. 최승표 기자

 
마이크·스피커도 없는 공연 
이튿날 오후 8시, 오리지널 턱시도 밴드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재즈 플레이 하우스’를 찾았다. 1910년 결성된, 무려 한 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재즈 밴드다. 루이 암스트롱도 한때 이 밴드에 몸담았다. 
솔직히 아는 곡은 없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곡 전개와 현란한 연주,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악기를 매만지는 뮤지션을 보며 깊이 몰입됐다. 보컬과 트럼펫을 맡은 앤드류 베이험은 연주 도중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공연이 끝난 뒤 “왜 스마트폰을 봤냐” 물었더니 “NBA(미 프로농구) 결승전을 봤다”고 했다. 이 넘치는 여유라니. 
1961년 문을 연 프리저베이션 홀. 공연 중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사진 뉴올리언스관광청]

1961년 문을 연 프리저베이션 홀. 공연 중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사진 뉴올리언스관광청]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프리저베이션 홀(Preservation hall)에서였다. 1961년 문을 연 공연장인데, 마침 이 무대와 역사를 함께한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공연장은 70명이 간신히 들어앉을 정도로 비좁았다. 에어컨도 없었다. 여느 재즈 클럽과 달리 음료를 팔지 않았고,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이유는 공연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8명이 무대에 섰다. 마이크·앰프 등 전자 장비를 일절 쓰지 않은 순도 100% 아날로그 연주가 시작됐다. 관객과 뮤지션 모두 작은 소리 하나에 신경을 집중했고 손뼉을 치고 추임새를 넣었다. 뮤지션들은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서로 배려했다. 어긋날 듯 불안하다가 하모니를 이룰 때면 정수리부터 배꼽까지 전율이 느껴졌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찰리 가브리엘.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그는 올해 85세다. 이따금 노래도 하는데 중후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사진 Marc Millman]

뉴올리언스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찰리 가브리엘.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그는 올해 85세다. 이따금 노래도 하는데 중후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사진 Marc Millman]

뉴올리언스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 찰리 가브리엘(85)의 색소폰 연주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꾸부정한 백발 할아버지는 신들린 연주와 중후한 목소리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느린 템포로 연주한 재즈 고전 ‘I gotta right to sing the blues’가 좋았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나가 말을 건넸다. “당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가브리엘이 아이처럼 웃었다.
프렌치맨 스트리트에 있는 ‘d.b.a’ ‘Spotted cat’ 같은 유명 클럽도 순례했다. “재즈는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음악”이란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머리가 아닌 오감으로. 
재즈 클럽이 모여있는 프렌치맨 스트리트 한편에서는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파는 '팰리스 마켓'이 매일 밤 열린다. 최승표 기자

재즈 클럽이 모여있는 프렌치맨 스트리트 한편에서는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파는 '팰리스 마켓'이 매일 밤 열린다. 최승표 기자

여행정보
뉴올리언스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시카고나 댈러스를 경유하면 17~18시간 걸린다. 프리저베이션 홀 입장권은 현장에서 20달러다. 인터넷 홈페이지(preservationhall.com)에서 40~50달러를 내면 앞자리를 예약할 수 있다. 재즈 플레이 하우스도 홈페이지(bit.ly/2MyIUH3)에서 앞자리 예약을 받는다. 20달러. 재즈 박물관(nolajazzmuseum.org) 입장료는 어른 6달러. 미국관광청(gousa.or.kr), 뉴올리언스관광청(neworleans.com) 홈페이지 참조.
 
뉴올리언스(미국)=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