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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레터]유민봉처럼 버릴 수 있나

 미러링, 하트시그널, 소확행, 정해인.
지난 주 자유한국당 사람을 만났습니다. 대화 중에 저 단어들이 나왔습니다. 그는 처음 듣는다고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뜻풀이를 해야 했습니다. 한국당 정치가 이만큼 10대ㆍ20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IP독자 여러분, 중앙SUNDAY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6ㆍ13 지방선거도 벌써 열흘 전 얘기가 됐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 -정확히 말하면 보수 정치권- 재건 논쟁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보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만나는 보수 정치 원로들마다 혀를 차고 있습니다. 대체 보수 정치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저는 신진대사(新陳代謝)의 중단에서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한국당에선 초선, 재선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2008년, 2012년, 2016년 공천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MB)이 취임하고 두 달 만에 치러진 한나라당의 2008년 총선은 ‘묻지마 친이(親李) 공천’이 주제어였습니다. 당시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덜 반공스러운 사람들로 영남보수, 반공보수를 대체하자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용적으론 이명박 사람들 심기였습니다. 친이 vs 친박 분류가 시작됐고, 친박 공천 학살이란 말이 횡행했습니다. 그러니 인재 풀이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치인보다 공장에서 마음대로 정치인을 공급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래도 지역주의와 ‘친노 폐족’이란 프레임 덕분에 다수당이 됐습니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정 공천 원칙에 합의한 직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정 공천 원칙에 합의한 직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MB 정치가 퇴조하고 대통령 선거를 8개월 앞두고 치른 2012년 총선은 ‘거꾸로’였습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를 내건 친박들의 복수가 시작됐습니다. 저자거리로 쫓겨났던 친박 정치인들은 유능과 무능을 가리지 않고 친이 딱지가 붙은 사람들을 몰아냈습니다. 15년간 지켜왔던 ‘한나라당’이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고친 것도 이 때입니다. 2012년 공천은 명실상부한 친박들의 ‘귀가(歸家) 공천’이었습니다. 같은 진영에서 배제의 공천을 하다보니 역시 인재 풀이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치인보다 공장 마음대로 정치인을 공급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래도 지역주의와 ‘박근혜 프리미엄’ 덕분에 다수당이 됐습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주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만 예비후보 공천 탈락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이 당사 앞에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2016.03.30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주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재만 예비후보 공천 탈락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이 당사 앞에 몰려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2016.03.30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2016년 총선 공천도 신진대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물갈이’ 공천을 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달랐습니다.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한 친정(親政) 공천이었습니다. 청와대 주변에선 “180석의 시끄러운 당보다는, 로얄티 있는 사람들이 모인 140석이 낫다”라는 말까지 들렸습니다. 감별까지 하다보니 인재 풀이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치인보다 공장 마음대로 정치인을 공급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을 채우고 있는 114명의 국회의원들 중에는 이렇게 세 번에 걸친, 포용이 아닌 ‘배제’, 실력이 아닌 ‘계보’, 자주가 아닌 ‘복종’의 공천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보수 정치가 궤멸됐다는 말이 나오고,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는 바깥의 요구가 있어도 제대로 응답을 못하는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지난 열흘 동안 한국당에서 들려온 목소리들 중 “내 탓”이라는 목소리의 볼륨이 “네 탓”이라는 목소리의 볼륨보다 낮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치는 신진대사가 중단됐습니다. 박관용ㆍ김형오ㆍ정의화로 라인업 되는 국회의장들, 이회창ㆍ박근혜ㆍ서청원ㆍ홍준표 등으로 라인업 되는 당대표들, 이수성ㆍ이홍구ㆍ이재오ㆍ원희룡ㆍ남경필ㆍ오세훈ㆍ김문수 등으로 라인업 되는 대중정치인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6년 개혁 공천, 이회창 전 총재의 2000년 신진세력 수혈 공천의 산물입니다. 그 이후 보수 정당의 새 인물 영입으로 대표되는 신진대사는 중단됐습니다. 한국당이 위기 속에서도 손바닥만한 권력을 놓고 싸우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지도 못하는 이유입니다. 
 
보수 정당의 재건을 위한 시작은 버리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서로 거름이 되겠다는 목소리가 난무해야 합니다. 영국 노동당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위기를 겪었을 때 43세의 토니 블레어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건 블레어 이전의 정치인들이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버리지 않고는 새 것이 채워질 수 없습니다. 볼륨은 낮지만 교수 출신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유민봉 한국당 의원의 목소리(22일 페이스북)가 의미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지금 우리 당에서는 내(우리)가 혁신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할 적임이라는 목소리 보다는 모두가 한 발 물러서고 가진 것을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2년간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선언을 통해 앞으로 있을 쇄신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한다거나 동료 의원들께 부담을 지우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도 없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유 의원처럼 다 버리겠다는 결심을 진정으로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비관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만큼 혼돈과 방황은 지속될 겁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유민봉 의원 모습.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유민봉 의원 모습.

중앙SUNDAY는 이번 주말의 읽을거리로 ‘스페셜리포트: IQ의 세계’를 펼쳤습니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되면서 인류의 IQ는 저하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취재의 시작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인류의 지능을 측정하는 지수로 IQ가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논쟁도 담습니다. 보유세 개편 기사는 우리 집 보유세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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