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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남성, 여성, 먹성이 있다"…언니들의 관록있는 먹방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 연여계 대표 먹성을 자랑하는 4인방이 모인 '밥블레스유'. [사진 올리브]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 연여계 대표 먹성을 자랑하는 4인방이 모인 '밥블레스유'. [사진 올리브]

“브라자 풀고 함께 먹어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올리브 예능 ‘밥블레스유’에서 개그우먼 김숙(43)이 함께 방송할 언니들과 그 방송을 보며 같이 무언가 먹게 될 시청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최화정(57), 이영자(50), 송은이(45)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지만 지난 20여년 간 함께 먹부림을 벌여온 언니들이었기에 가능한 멘트였다. 이들은 “세상에는 남성, 여성, 그리고 먹성이 있다”며 둘째가라면 서러운 먹성을 ‘제3의 성’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민을 담은 사연을 앞에 두고 “이럴 때 뭘 먹으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위대한 언니들이 처방하는 ‘푸드테라픽’은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다. 진상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고객센터 직원에게는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인스턴트 음식 말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집밥, 그중에서도 소고기 뭇국을 추천한다”고 최화정이 말하면, 그걸 받아 김숙이 “후루룩하는 국물엔 흰쌀밥에 오도독거리는 무말랭이를 얹어야 한다”고 보태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화면은 어느새 출연자들이 앉아있는 식당이 아닌 어느 가정집으로 바뀌어 누군가 달달달 소고기를 볶아 뭇국을 끓이고 거기에 밥을 말아 무말랭이를 얹어 먹는 모습이 비춰진다. 출연진만 먹고 떠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함께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길 권하는 것이다. 앞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숙이 밝힌 “요즘 혼밥 하는 분들도 많은데 원하는 메뉴를 가져다 놓고 먹으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시청 팁도 이와 상통한다.
 
사연을 받아 고민에 맞는 음식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푸드토크쇼 '밥블레스유'. [사진 올리브]

사연을 받아 고민에 맞는 음식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푸드토크쇼 '밥블레스유'. [사진 올리브]

1990년대 초중반 데뷔한 여성 방송인 4명의 조합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낯설지 않다. 함께 모여 방송을 하지 않았을 뿐 남다른 우정으로 유명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기에 가능한 조합이기도 했다. 2015년 시작한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팟캐스트에서 이들은 단골손님이었다. 이영자가 비보 스튜디오에 방문해 치킨을 먹으며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최화정은 직접 출연하지 않고도 “낙지가 막 냉면을 비벼줘” “현대인이라면 뷔페 의상쯤은 따로 있어야지” 등 수많은 명언을 탄생시켰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히트한 이영자의 휴게소 음식 탐방기 역시 비보에서 먼저 등장한 에피소드였다. 1시간 40분 거리의 충북 제천을 5시간에 걸쳐 도착했다는 김숙의 증언은 이영자의 모습이 방송을 위해 연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 삶임을 일찌감치 알려준 셈이다. 이에 이영자는 “숙이가 언니 관뚜껑을 열어줬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년간 진행하던 tvN 토크쇼 ‘택시’도 끝나고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보’에서 꾸준히 언급해준 덕에 ‘전참시’가 터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자주 모여 식사를 한다는 이들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찰떡 같은 호흡을 과시했다. [사진 올리브]

평소에도 자주 모여 식사를 한다는 이들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찰떡 같은 호흡을 과시했다. [사진 올리브]

여기에는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여성 방송인의 애환도 얽혀 있다. “방송을 2개 하면 현상 유지하고 3개 하면 저축하고 4개 하면 기부하는데 방송도 다작을 못 하고 고추장 담가 먹는 장인처럼 1~2개씩만 하다 보니까 화정언니나 숙이한테 돈을 빌리기도 했다”는 이영자의 고백처럼 이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사연을 보낸 사람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영자가 2010년 시작한 KBS2 고민 상담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지금까지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찾아주는 곳이 없어 팟캐스트를 시작한 송은이와 김숙이나 1996년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23년째 진행하고 있는 최화정 역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아예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밥블레스유’의 공동 제작자로 나선 송은이는 “‘비밀보장’이나 ‘영수증’ 모두 고민 상담이 베이스였다. 우리가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순 없지만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먹는 것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위안이 될 순 있을 것 같다”며 “잘 먹고 잘 털 수 있도록 판을 깔아드리는 게 제가 맡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너무 친한 탓에 방송은 같이 안 하려고 했다”는 고백처럼 첫 회는 다소 산만했다. 사담과 방송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는가. “삶의 희로애락을 밥과 함께 하는 만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이야기 창고라 생각한다. 지치고 힘들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풀리고 살아날 힘이 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황인영 PD의 설명처럼 곧 기운 없을 땐 ‘밥블레스유’ 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황 PD 역시 2001년 ‘진실게임’부터 출연진과 인연을 맺어 18년째 함께 밥을 먹어온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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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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