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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DMZ의 미래

김남중 논설위원

김남중 논설위원

‘옛 죽음의 선을 평화의 녹색선으로 보호하자’.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가 1989년 동·서독을 가르는 ‘철의 장막’이 무너진 닷새 뒤 내건 모토다. 동·서독 출신 환경운동가들을 불러 모아 접경지역 생태서식지 보존을 결의하면서다. 이 자리에서 녹색 띠를 의미하는 독일의 거대 생태공원 ‘그뤼네스 반트(그린벨트)’란 이름이 생겨났다. 갑작스럽게 닥친 통일이었지만 14년을 앞서서부터 대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독일 정부와 분트의 노력으로 철의 장막 1393㎞ 가운데 1250㎞ 구간이 그뤼네스 반트로 보호되고 있다. 국립공원 한 곳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 곳, 자연보호구역 270여 곳을 품은 생태계의 보고다. 동시에 분단 고통의 상징이 산재한 역사탐방의 장소다. 분단의 역사가 자연으로 남은 통일 기념비라 할 만하다. 한반도 DMZ(비무장지대)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248㎞의 녹색 띠 DMZ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면서다. DMZ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게 눈에 띄는 변화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예약자가 예년보다 25%가량 늘었다는 게 업계 얘기다. CNN이 DMZ의 역사와 여행 방법을 소개할 정도다.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DMZ가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고 한 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이번 주말엔 외국 음악·미술인들이 DMZ 일대에서 벌이는 평화 기원 행사가 이어진다. 7개국 34개 팀의 음악인이 참여하는 제1회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 내일과 모레 철원의 노동당사와 월정리역 일대에서 열린다. “평화가 대세다. 평화를 노래합시다.” 뮤직페스티벌이 내건 구호다. 강원도 DMZ박물관은 오늘부터 국제예술가단체 ‘아트 너츠’ 초대전 ‘간극의 공간’을 연다. DMZ의 의미를 외국 예술가가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DMZ가 만들어진 지 올해로 65년이다. DMZ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평화 행사가 줄을 잇는 건 그것대로 반길 일이다. 중요한 건 이제 DMZ의 보존과 활용을 체계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란 것이다. DMZ는 동족상잔의 뼈아픈 대가로 얻은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존지라는 역설의 땅이다.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처럼 화해와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도록 미리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남북이 신뢰를 통해 DMZ를 제거하는 날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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