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희귀병 앓는 아이들 왕진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

“가정에 머무르는 아픈 아이들을 찾아가서 진료하고 싶습니다.”
 

건보 왕진수가 낮아 병원들 꺼리고
소아중환자실 전담의사 절대 부족
간병 지원할 ‘휴식돌봄 센터’ 세워
환자 가정 무너지지 않게 도와야

이봉진(42)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왕진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병원 소아중환자실의 전담 의사다. 이 교수는 병원을 찾는 어린 환자 중에서도 희귀·난치병이나 뇌손상 등으로 중환자실에 들어오는 최중증 환자를 주로 본다.
 
누구보다도 의료진이 가정 돌봄 환자들의 고통을 잘 안다.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 교수는 “아이가 중증 와상 상태가 되면 부모 중 최소 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런 환자·부모들을 위해 왕진이나 가정간호가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돌보는 소아 최중증 환자는 국내에 최소 3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감기 같은 사소한 병에 걸려도 동네의원에 갈 수 없다. 숙련된 소아중환자 전담의사가 있는 대형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달리 아픈 데가 없어도 월 2~3회 병원에 가야 한다. 수시로 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인공호흡기 연결관, 영양공급용 콧줄 등을 소독하고 바꿔야 한다. 자가용이나 택시로 이동하기 어려워서 사설 구급차를 불러 타는 경우도 있다. 왕복 1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의사가 왕진을 가고 가정 간호사가 집에 가면 인공호흡기를 단 채 병원으로 갈 일이 크게 줄어든다. 건강보험 왕진 수가는 1만8800원(초진, 교통비 제외)이다. 대학병원 진찰료와 같다. 병원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서 오는 환자를 보는 게 훨씬 낫다. 가정간호 수가는 4만6790원(교통비 등 포함)이다. 이 역시 많이 방문할수록 손해다.
이봉진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왼쪽),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봉진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왼쪽),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완화의료 담당 의사인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정 돌봄 환자를 둔 가족의 고통을 말했다. 그는 “어린 환자들을 돌보는 부모와 가족을 위해 ‘리스파이트 케어(respite care· 휴식 돌봄)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4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에 매달리면서 지친 부모들을 위한 곳이다. 일정 기간 아이를 맡기면 전문 의료진이 돌봐준다. 영국·캐나다·일본 등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김 교수는 “한국에선 일단 아이가 중증 환자가 되면 가족들, 그 중에서도 엄마가 온종일 돌봐야 한다. 쉬는 시간 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지친 상태에서 아이를 돌보게 된다. 엄마가 ‘내가 잠들어서 아이 응급 신호를 못 들으면 어쩌지’라는 공포와 긴장에 시달리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소아 최중증환자를 돌보는 부모 가운데 끝없는 돌봄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가족들이 삶의 기쁨을 잃지 않도록 사회가 돌봐줘야 가정이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 어디에든 리스파이트 케어센터 하나만 만들어 준다면 다른 의료진들과 함께 열심히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의사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봉진 교수는 “병원 내에 소아중환자실 전담 의사가 저 한 명뿐이라 365일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로 근무한다. 왕진을 가려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아중환자 전담 의사가 있는 병원은 국내에 충남대병원을 포함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등 7곳 뿐이다.
 
리스파이트 케어 센터도 인력이 가장 문제다. 김민선 교수는 “소아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숙련된 의료진 확보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일정 교육을 받은 소아과 의사 또는 일반의가 리스파이트 케어 전담의로 일한다. 교육을 받고 상급 기관과의 연계체계가 시스템으로 갖추어져 있다. 그는 “3차 의료기관과 연계해서 의료진을 교육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