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난민 도와주면 징역형 … 헝가리 ‘세계 난민의 날’ 역주행

헝가리가 난민을 돕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의회 ‘스톱 소로스법’ 압도적 통과
난민 후원 앞장 소로스 이름 붙여
‘외국인 정착 불허’ 개헌안도 처리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헝가리 의회는 불법 난민의 체류를 돕는 이들을 처벌하는 내용의 반(反) 난민법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을 통과시켰다. 전체 의원 199명 중 160명이 찬성했다.
 
새 법에 따라 앞으로 헝가리 정부는 불법 이민자로 간주되는 자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헝가리 출신 미국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의 이름이 법안에 붙은 건 그가 난민 지원단체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의 빅터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집권당 피데스는 소로스를 ‘국가의 적’이라며 비판해 왔다.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OSF)은 결국 지난 5월 “정치적 억압이 심해졌다”며 부다페스트에 있던 본부를 독일 베를린으로 옮겼다.
 
이날 헝가리 의회는 “외국인은 헝가리에 정착할 수 없다”고 못 박은 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산도르 피터 내무장관은 “헝가리 국민은 정부가 불법 이민 대처 활동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을 범죄로 인정하는 새 법안을 통해 헝가리가 이민자 국가가 되는 것을 막고 싶다”고 밝혔다.
 
헝가리의 이날 결정은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헝가리는 2015년 EU가 난민 분산 수용을 결정한 이래 줄곧 EU와 갈등했다. 1997년 발효된 ‘더블린 조약’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유럽에 진입한 난민은 첫발을 디딘 국가에 정착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시리아 등에서 지중해를 접한 이탈리아·그리스로 대규모 난민이 밀려들자 EU는 부담을 나누기 위해 역내 국가에 난민을 할당하기로 했다. 이에 헝가리를 비롯한 중·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사법재판소(ECJ) 제소를 불사하며 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앞서 유엔난민기구는 상정된 법안을 폐기하라고 헝가리 정부에 촉구했다. EU 인권위원회의 법률 전문가들도 법안 검토가 끝날 때까지 표결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28∼29일에는 EU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난민 문제를 논의한다.
 
그러나 헝가리는 모든 요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난민 지원 불법’ ‘외국인 정착 금지’를 명문화했다. 외국을 거쳐 헝가리에 온 외국인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새 법을 통해 난민 정책에 한해 EU와 완전 결별을 선포한 셈이다.
 
비난은 거세다. 가우리 반 굴리크 국제 앰네스티 유럽 국장은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에 이런 법안이 통과된 건 쓰디쓴 역설”이라며 “필수적·합법적인 인권 활동을 범죄로 규정한 것은 박해로부터 도망쳐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과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뻔뻔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헝가리에선 유럽의 기독교 문화와 민족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반난민 정서를 자극한 극우주의자 오르반 총리가 지난 4월 4선에 성공하는 등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