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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도 손해···"한미훈련 돈 든다" 트럼프 말 사실일까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한·미 연합연습, 트럼프의 오해와 진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미가 잠정 중단키로 한 연합연습의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가. 양국은 우선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부터 하지 않기로 했다. 한·미 연합연습(훈련) 중단은 북한과 중국의 희망사항이었다. 연합연습 중단으로 한·미군에 무슨 일이 생길까. 우리 안보에는 득일까 손해일까. 방어적 성격인 연합연습을 “도발적이고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옳은가.
 

한·미 연합연습 중단은 연합연습에 비판적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달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접근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에게 훈련 중단이라는 큰 선물을 줘서 그가 비핵화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분을 쌓는 정무적 차원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때 가능한 논리다. 그러나 연습 중단을 확대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혹시라도 비핵화를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접근은 허사로 돌아가고 한·미 연합 전투력엔 큰 차질이 생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미군이 군사연습을 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투준비태세의 미비다. 한·미군 모두 주요 보직이 1∼2년 사이에 바뀐다. 그래서 1년 동안 연합연습을 하지 않으면 한미연합사 장교들의 60% 이상이 교체돼 훈련 경험자가 크게 줄어든다. 2년을 하지 않으면 90% 이상이 교체돼 훈련 경험자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작전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전투에서 희생자가 대거 속출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감군과 휴식에 들어간 미군이 준비태세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전쟁에 투입돼 희생자가 더 커졌다는 게 윌리엄 코언 전 미 국방장관의 지적이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발생하면 싸운다(Fight Tonight)’는 한미연합사의 구호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존재할 명분이 없어진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주한미군 임무의 대부분이 UFG 및 KR/FE연습과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 등 연합훈련이다”면서 “이런 훈련을 하지 않으면 연합사의 일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사 임무가 줄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감축 또는 임무가 바뀌고, 연합사의 형해화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한·미군은 연습을 통해 북한군 평가, 새로운 작전·전술과 무기체계 시험, 정보공유, 인적 교류 등 다양한 실험과 협조체제를 유지한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이런 활동이 단절되는 것이다.
 
미군 입장에서도 한반도에서 연합연습이 중요하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이미 군사력을 감축한 데다 대규모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미군이 모든 종류의 훈련을 하기에는 한국군만큼 좋은 대상을 우방국 가운데 찾을 수가 없다. 한국과는 대장이 지휘하는 군사령부급(전구급) 훈련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일본은 아직 대규모 정규 작전을 하기에는 부족하고, 호주나 영국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영국·프랑스·호주 등이 도리어 연합연습 참가를 문의해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군사작전인 대규모 상륙작전도 사실상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다른 나라에는 대형 훈련장도 마련돼 있지 않고 그런 작전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군과 연합연습을 하는 게 미군의 실전적 전투력 유지에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연합연습 중단으로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난감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연습에 돈이 많이 드는데 한국이 별로 부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미국으로선 연합연습이 항시 준비된 한국과 함께 하는 게 가장 수월하고 예산도 적게 든다. 미 본토에서 전쟁이 없는 한, 미군을 해외에서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많은 훈련 경험에 다양한 작전계획과 훈련장을 갖춘 한국군과 훈련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미군이 한국군 외에 다른 우방국 군대와 연합연습을 하려면 이런 사전 준비를 갖추는 데 예산이 더 든다고 한다. 한·미 연습 비용도 그렇다. 주한미군 규정 350-1에 따르면 “연습에 참가하는 자국군의 병력에 대한 예산은 그 나라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동비용은 절반씩 낸다. 대규모 작전의 모의전투 결과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미군은 WARSIM 모델을, 한국은 창조모델을 각자 운영한다. 이런 시뮬레이션 비용은 6000억 달러가 넘는 미 국방비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여기에다 한·미 연습은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연합연습 중지라는 말이 나오자 한·미 국방당국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처음엔 언론 질문에 선뜻 답변조차 내놓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은 UFG연습을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해왔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올 2월 “한·미 연합연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부담이었는지 연합연습 중지가 김 위원장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되자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의 요청”이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앞으로 중단될 한·미 연합연습 대상엔 UFG 외에도 내년 3월에 있을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한술 더 떴다. 다음 주부터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하는 태극연습도 연기한 것이다. 태극연습은 우리 합참이 주관하고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이다. 한국군의 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방어적 성격이다. 실제 병력 이동 없이 작전계획에 맞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전투결과로 훈련한다. 외부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태극연습은 정부 역점사업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우리 군의 능력을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다 UFG연습 가운데 우리 정부가 유사시 전시행정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훈련하는 을지연습도 올해엔 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기간에 이어 비핵화가 이행되는 내내 연합연습은 물론, 우리 군과 정부의 자체 훈련도 대부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결정된 연합연습 중단에 따라 이득을 본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다. 한·미는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 손해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연습 잠정 중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도중에 차질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 그래야 안보 공백은 물론, 연습 중단으로 한미동맹과 정부의 유사시 대처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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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