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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벨이 울릴 때 가슴이 철렁한 까닭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49)
“띠링!”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신호음이다. 머리맡에 두었던 전화를 더듬어 찾아보니 퇴직한 선후배 몇 명이 모여 만든 단톡방에 메시지가 떠 있다.
 
확인해 보니 별거 아니다. “너무 심심해. 오늘 저녁 먹자.” 절반 이상이 반백수인데 얼굴을 보자니 반갑긴 하다. 한데 문제는 메시지 옆에 찍힌 시간. 오전 6시 40분이다.
 
“아니, 이런 일로 새벽잠을 깨우는 매너도 참~” 구시렁거리다 다시 눈을 붙이려는데 다시 “띠링”하는 소리가 울린다. 들여다보니 “ㅇㅋ”라 찍혀 있다. 거기 찍힌 시간은 6시 55분. ‘아니 잠도 없나’ 싶어 확 짜증이 인다.
 
새벽부터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들. [중앙포토]

새벽부터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들. [중앙포토]

 
잠은 멀리 달아났다. 책을 읽다 새벽 2시에 잤는데 말이다. 이해는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선 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새벽잠이 줄어든다고들 하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낸 친구들은 바지런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해서다.
 
처음 메시지를 띄운 친구는 번역 일을 맡았을 때 하루 8시간씩 매주 6일을 꼬박 책상 앞에 붙어 씨름해서는 출판사 예상보다 두어 달 일찍 마쳐 편집자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을 정도다. 그 와중에도 요리학원에서 몇 코스를 수료했는가 하면 하루 두 시간은 운동으로 땀을 뺀다며 만날 때마다 애꿎은 내 배를 타박하는 친구다. 답을 올린 친구 역시 보통이 아니다. 어지간한 거리는 일부러 걸어 다니는 별종이고 요즘도 틈만 나면 허튼짓 대신 책을 읽는데 월 5권 이상 떼는 눈치다.
 
전화질도 꼰대 증후군의 한 증세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이들이라도 이런 전화질-감히 전화질이라 하련다-은 꼰대 증후군의 한 증세라 본다. 나이 들면 자기가 급하다고 혹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선 완급 경중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고 나 역시 거기 해당하기에 하는 이야기다.
 
대부분 멤버들이 하루 놀고 하루 쉬거나 오전에 놀고 오후에 쉬는 처지이니 저녁 약속을 잡는 것이 새 아침에 다른 이의 잠을 깨울 정도로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다. 자기가 눈을 떴으면 남들도 눈을 떴으리라 여겼다면 몰지각이고, 자기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도 중히 받아들이리란 생각은 무례라 하겠다.
 
적어도 베이비부머 세대끼리는 새벽 전화, 오밤중 전화는 자제하길 바라는 나만의 희망 사항. [중앙포토]

적어도 베이비부머 세대끼리는 새벽 전화, 오밤중 전화는 자제하길 바라는 나만의 희망 사항. [중앙포토]

 
무엇보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오는 전화, 특히 휴대전화가 아니라 유선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리면 무섭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IMF 사태 때 차장 이상은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는 통보, 작은 처남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비보 모두 뜻하지 않은 시간 혹은 한밤중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던 스릴러 영화의 제목을 빌리자면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
 
딱히 이런 경험이 없더라도 노부모가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심정에 대부분 공감할 거다. ‘혹시 안 좋은 소식이…’ 싶어서 말이다. 그러니 적어도 베이비부머 세대끼리는 새벽 전화, 오밤중 전화는 자제하자는 게 나만의 희망 사항일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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