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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CVID, 공은 결국 북한으로 넘어갔다

이상렬 국제부장

이상렬 국제부장

6·12 북·미 정상회담에는 역사적 의미를 담은 ‘팩트(fact)’가 여러 개 있다.
 

막연한 신뢰와 믿음은 현실에서 깨지기 십상
김정은 비핵화 진정성, 수주 후 판가름날 수도

우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악수다. 70여년간 적대관계였던 두 나라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손을 맞잡았다. 그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국제 무대에서 정상들의 악수는 우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정상은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자”고 합의하고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제 북·미 관계는 얼음장 같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토대 하나를 마련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동성명에 트럼프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것도 팩트다. 한국 안보전략의 주축인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발언은 여기에 기반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것도 팩트다.
 
하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성명에 빠졌다. 이것도 팩트다.
 
회담 뒤 흘러나오는 얘기 중에는 팩트로 공인받기 위해선 검증받아야 하는 주장들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와 “핵 충돌의 끔찍한 위협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의 체면 따위는 아랑곳 않고 김정은에게 아첨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독재자에게 “훌륭하다”“강력한 지도자” 등 최상급 표현을 쓰는 미국 대통령은 역사상 트럼프가 유일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독재자에 대한 칭송으로 문제가 해결된 경우는 없다.
 
만약 트럼프의 현란한 찬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의 화술은 현대 외교사에 남을 것이다.
 
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 표현 중 부쩍 눈에 띄는 단어가 ‘신뢰’다.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비핵화 검증을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신뢰’를 꺼냈다. ABC 뉴스 인터뷰에선 “나는 김 위원장이 (북·미갈등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그가 정말로 비핵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엔 “김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에 나설 것으로 믿는다”고 소개했다.
 
트럼프의 오른 팔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빨리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뢰와 믿음은 팩트가 아니다. 현실에선 기대를 저버리거나 믿음을 깨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그랬다. 그래서 대북 협상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이 ‘철저한 검증’이었다.
 
트럼프는 회담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한 직후 트위터에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중략) 오늘 밤은 푹 주무시기를!”이라고 썼다. 비판가들은 그 표현이 1938년 뮌헨회담에서 히틀러에게 속고 돌아온 영국 총리 체임벌린이 영국 국민들에게 “평화를 들고 돌아왔다”고 소리쳤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외교의 위험성을 거론할때 제시되는 사례다.
 
김정은을 싱가포르로 이끌어낸 것은 국제 사회의 일치된 압박과 제재였다. 이제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만 제재가 해제된다”고 거듭 내세우고 있지만, 북·중 접경지역의 대북 제재는 벌써 느슨해지고 있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의 멍석을 깔고 있다.
 
결국 한·미·일이 애초 목표로 삼은 CVID는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
 
트럼프가 장담하는 김정은의 ‘비핵화’의지는 앞으로 몇주, 길어도 몇개월 안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성명엔 미국과 북한이 고위급 후속 협상을 조속히 개최한다고 돼있다. 김 위원장이 진심이 담긴 ‘핵 폐기안’을 들고 세상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이상렬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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