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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돈 없는 말기암 환자 방치한 병원만 탓할 수야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20일간 치료하고 진료비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더 이상 치료할 게 없는 환자를 병원이 떠안을 수는 없잖습니까.”
 
최근 논란에 휘말린 서울의 A대학병원 관계자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병원은 병원비를 내지 못한 말기암 환자를 퇴원시켜 병원 1층 로비에 방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 없는 환자를 강제 퇴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60대 남성인 환자는 지난달 15일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A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위장 출혈을 발견해 치료했고 환자는 곧 회복했다. 치료 과정에서 대장암 4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항암 치료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20일 정도 치료하다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지난 4일 환자를 퇴원 처리했다. 병원비는 176만원 나왔다. 환자는 돈이 없었고, 연락이 닿은 아들·딸은 납부를 거부했다. 휠체어를 탄 채 병원 로비로 옮겨진 환자는 2시간쯤 머물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열흘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자체·사회복지기관에 연계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A병원에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병원만 탓할 수도 없다. 병원은 응급환자를 받아 살렸고, 의학적으로 더 치료할 게 없어 환자를 내보냈다. 전체 진료비 중 환자부담금 176만원을 받을 길이 없다. 민간 병원에게 적자를 감수하고 행려환자를 계속 치료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렇다고 관계가 끊어진 환자의 아들·딸 등 가족에게 부양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공공병원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우리 병원에 이런 식으로 밀려 들어오는 환자가 많다. 당연히 우리가 받아야겠지만 병원비 미납이 쌓이면 ‘왜 적자가 이렇게 많으냐’고 욕을 먹는다”고 토로했다.
 
초고령화와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비슷한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2010명이다. 2013년보다 57% 늘었다. 돈 없고, 가족 없는 환자는 국공립병원이 맡을 수밖에 없다. 행려환자가 생기면 가까운 병원에서 급한 치료를 하고, 이후에는 국공립병원이나 복지시설로 연계해야 한다.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해 관련 비용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순리다. 무상급식·무상교복·무상체육복 같이 ‘표 되는’ 정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게 진정한 복지다.
 
이에스더 복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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