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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 줄이려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근로시간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일 시행된다. 2004년 주 5일제 도입 이후 14년만의 큰 변화다. 개정 법안의 핵심은 주당 총 근로시간을 휴일(근로) 포함해 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법안은 근로자 소득 감소와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고려해 기업 규모에 따라 적용 시기를 달리했다.
 

근로시간 줄면 추가 고용 기대하나
기업이 기계로 노동 대체하거나
해외로 자본 이동하면 고용 줄어
52시간제 부작용 방지책 마련해야

그럼에도 시장 혼란은 여전하고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즐비하다. 법 개정이 예고됐음에도 준비를 게을리한 기업이나 법 시행에 임박해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를 발표한 고용노동부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법 개정 이유인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휴일 근로가 연장 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1주 최대 68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었던 이유가 크다. 이는 이번 법 개정의 핵심적 수술 대상이었다. 근로 및 휴게 시간 한도 적용 제외 대상인 특례사업도 장시간 근로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이 또한 개정법에서 대폭 축소됐다. 금융·전기통신·음식·숙박·도소매 등을 포함한 26개 업종 가운데 운송·보건업 등 5개 업종을 빼고 모두 제외됐다.
 
제도적 원인 말고 노사 간 이해 담합도 장시간 노동의 주요 원인이다. 그간 우리 기업 대부분은 장기 고용과 해고 회피를 고용 관계의 특징으로 해 왔다. 경기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의 시기에 고용 조정이 아닌 ‘노동시간(초과 노동)’을 통해 공급을 조절했다. 이로써 기업은 고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근로자는 초과 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담합은 노동시간과 고임금의 소수 집중과 대·중·소 기업간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
 
한편 노동계 등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규율 없는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지만 통계상 이들의 초과 근로 수준은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초과 근로 시간은 월 1.0 시간이다. 이들에게는 장시간 노동보다 단시간 노동이 문제다.
 
시론 6/18

시론 6/18

이번 개정 입법의 효과로 삶과 일의 균형이 향상되고,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 증진될 가능성이 커졌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추가 고용이 불가피해 고용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화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법정 근로시간이 줄 경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고용량은 노동시간의 함수라, 줄어든 시간에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고용을 늘리거나, 생산 합리화를 통해 기계로 노동을 대체해야 한다. 핵심 업무가 아니라면 사업 외주화를 통해 업무 조달 방식을 변경하거나 해외로 자본을 이동할 수 있다. 이리 되면 고용이 늘기보다 줄 가능성이 크다.
 
임금과 근로시간의 노사 담합으로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초과 근로는 월 13.3시간으로 평균(9.2시간)보다 높다. 대기업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량 유지가 교환될 경우 추가 고용 없이 근로시간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리 되면 적기생산방식(JIT)으로 연계되어 있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을 가진 한국에서 절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제도 적용 과정에서 초래될 문제를 꼼꼼하게 되짚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의 허용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근로자와의 서면 합의 또는 노조 동의를 전제로, 현재 2주와 3개월 단위로 설정된 기간을 4주와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통합으로 예측하지 못한 물량 수요가 빈번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완충 장치는 불가피하다.
 
또 최근 노동시장 추세를 고려할 때 현행 근로시간 규율 체계의 변화 적합성을 고민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환경 및 산업 구조 전환, 그에 따른 직무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다. 갈수록 노동시간으로 측정되는 근로 절대량보다 업무의 성취나 질로 생산성을 판단해야 하는 직무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 현행 노동시간 규율 체계의 근본적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기업의 불합리한 노동시간 관리 관행을 개선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그간 예외적으로 허용된 포괄임금제를 사무직 등에 대한 초과근로수당 절약 수단으로 활용, 미지급 초과 근로가 만연했다. 위계적 기업 문화도 서비스 잔업을 초래한 원인이었다. 위법적 관행의 개선은 노동시간의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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