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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청와대 장하성과 문미옥의 경우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정부의 개별 정책을 국민이 다 승인해준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찌질했던 야당을 심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따뜻하고 성실한 국정운영 태도를 샀을 뿐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탈원전 같은 정책까지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자영업자, 중소·영세 상공인, 지역 주민들의 입에서 탄식과 신음이 흘러나온다. 해당 정책과 책임자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민심 또한 하늘을 찌른다. 정권이 승리의 축배를 드는 건 좋은데 권력에 취해 무엇이든 밀어붙일 수 있다는 오만한 자세는 피해야 한다.
 
엊그제 불거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 논란만 해도 그렇다. 경향신문이 ‘장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를 썼는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 청와대 고위직이 나서 장 실장을 과도하게 감쌌다. 청와대는 오로지 대통령 한 명만을 보좌하기 위해 기능하는 정부 조직이다. 무슨 노조처럼 구성원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필자가 과민한가. 참모들이 대통령 생각은 안 하고 서로를 위해 품앗이한다고 느껴졌다.
 
윤영찬 수석이 “장 실장의 사의 표명 기사는 사실무근”이라고 간결하게 답하는 것으로 끝냈어야 했다. 김의겸 대변인이 가세해 ‘장하성 실장의 말씀’이라며 “저는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대통령님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한 건 지나쳤다. 내용도 괴상했다. 촛불의 명령이 실현될 때까지라니…. 이 정권 내내 정책실장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아랫사람이 자기들끼리 짜고 대통령한테 인사를 들이민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
 
본인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반박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청와대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 권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거기 왜 있는지를 잊고 궤도 이탈, 탈선 운전을 한다는 걱정은 어쩔 수 없이 든다. 지난 주말 “최저임금·소득주도 정책 실패 논란으로 자숙해야 할 사람이 자기 인사까지 해버리느냐”고 혀를 차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축배에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엉뚱한 정책을 밀어붙인 혐의에서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 이틀 만에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계획 백지화’ 등 탈원전 대못을 박는 정책에 앞장섰다. 청와대 입맛에 맞게 임명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도 느닷없이 이사회를 소집해 해당 조치를 충실히 집행했다.  탈원전은 이 정부의 공약이긴 하나 멀쩡한 산업과 일자리를 생니 뽑듯 파괴하느냐는 국민적 저항과 ‘해외 원전 수출’ ‘대북 전기 공급’의 예상되는 수요 때문에 집행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놔야 할 사안이었다. 문미옥이 주도해 이를 앞으로 끌어내놓고 자랑스레 여긴다면 정권의 발등을 찍는 자충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보좌관은 대통령한테 관련 사안을 보고했을 것이다. 다만 “곧 다가올 남북평화와 번영시대에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원전을 선제적으로 없애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보고를 한 흔적은 없다. 실제 대북 에너지 지원 시대가 오면 극단적인 환경주의의 영향을 받아 과속 운전을 한 ‘문미옥 부담’이 고스란히 문 대통령과 국민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다.  정권의 영화는 주구장창 오랠 것 같아도 주요 정책에서 한 번 탈선(방향)하고, 한 번 과속(속도)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안전 운전의 요체는 컨트롤 가능한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는 데 있다. 권력의 수명도 방향과 속도에 달렸다. 장하성과 문미옥 케이스에서 집권세력이 교훈을 얻기 바란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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