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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연기된 경제 시험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대다수의 선거 예측 기관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치던 2016년 11월 미 대선. LG경제연구원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고 조용히 내부 보고서를 준비했다. 자신들이 활용하던 예측 모델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델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경제성장률이 취임 첫해보다 높으면 집권당이 승리하고, 반대의 경우엔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것. 오바마 2기 첫해인 2013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1.7%. 4년 차인 2016년의 성장률 예상치는 1.4~1.6%(실제로는 1.6%). 1960년대 이래 단 한 번도 예외 없던 법칙이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이 예측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통할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있었던 일곱 차례 대선에 이 모델을 적용해 보면 단 세 차례만 들어맞았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는 2016년으로 간주). 낮아지는 잠재성장률,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 특성 때문에 적중률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이합집산이 횡행하는 우리 선거판에 양당체제가 정립된 미국 모델이 잘 들어맞을 리 없다.
 
한국 정치가 워낙 역동적이어서일까. 우리나라에서는 그럴싸한 선거 예측 모델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객관적인 경제 지표보다는 주관적인 평가를 통해 나름대로 ‘경제 투표’를 하고 있다는 연구가 많다. DJ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룬 배경은 ‘IMF 사태’였고, MB가 진보정권 10년을 끝낸 것도 ‘경제는 그래도 보수가 낫겠지’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현 정부의 집권 과정도 전 정부의 경제 실정에 힘입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제는 이슈로 떠오를 틈이 없었다. 숨 가쁘게 돌아간 한반도 정세와 헛발질만 거듭한 야당 덕분에 시험이 미뤄진 격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우울한 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5월 신규 취업자가 10만 명 아래로 무너졌고, 청년고용 통계도 최악을 갈아치우고 있다. 압도적 지지에 고무된 여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관심이다. 최저임금 외에도 앞으로 주 52시간제, 혁신 성장, 재벌 개혁 같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구호로 승리한 빌 클린턴은 19년 뒤 재선 출마를 앞둔 오바마에게 보내는 정책 조언 성격의 책을 펴냈다. 제목은 『다시 일터로(Back to Work)』. 이를 선거구호 식으로 바꾸면 ‘문제는 일자리야(뒷말은 생략)’쯤 되겠다. 이번에 미룬 경제 시험은 언젠가는 치러야 한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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