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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딸에게 면접 최고점 준 어느 은행 임원

아버지는 은행의 인사·채용 부문 총괄 임원이었다. 그의 딸은 아버지가 다니는 은행의 신입 행원 공채에 지원했다. 아버지와 딸은 2차 면접에서 지원자와 평가자로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딸에게 면접 최고점수를 줬고 딸은 최종 합격했다. 딸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의 지위를 당당히 기재하기도 했다. 광주은행의 2015년 신입 행원 채용에서 있었던 특별한 ‘부녀 상봉’ 얘기다.
 
검찰이 어제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 수사와 관련해 12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전·현직 은행장 4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은행 채용 비리는 충격적이다. 청탁 대상자의 명부를 작성하고 관리할 정도로 부정채용은 체계적으로 자행됐고(하나은행), 고위 임원 자녀를 배려하거나(국민은행)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자격 조건과 점수를 조작했으며(하나·우리·대구·부산은행), 성차별 채용(국민·하나은행)도 있었다.
 
과잉 충성이 빚은 웃지 못할 촌극도 있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중간 전형에서 합격시켰다가 부행장 자녀가 남성으로 군 복무 중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자 해당 지원자를 면접에서 탈락시켰다. 임직원 자녀 우대 관행이 이 은행의 채용문화였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0.5%로 사상 최악인 가운데 복마전 같은 은행 채용 비리는 청년 구직자를 절망하게 한다. 은행은 보수 많고 안정적이어서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다. 은행 취업의 ‘좁은 문’이 유독 임직원·거래처와 힘 있는 권력자의 자녀에겐 ‘넓은 문’이었다.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았다. 법원 판결 이전에 은행권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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