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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키운 원전산업 뿌리째 흔들 … R&D 인력도 앞길 막막

탈원전에 따른 민간의 동요는 심하다. 당장 원전 전공자들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 대학의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조석환(27·가명)씨는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 원전 관련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채용 인원이 줄어 문턱이 높아졌다. 조씨는 “졸업 전에 갈 곳이 정해졌던 건 옛말”이라고 말했다.
 

돈·기술·사람 떠나가는 원전산업
전공자 진로 막혀 … 해외 유출 우려
“수출만 해선 원전 생태계 유지 못해
정부가 이제라도 속도 조절해야”

원전 감소로 발전단가 오르는데
전기료는 동결, 전력 공기업 시름
한전·한수원 영업익 50% 넘게 줄어

원전 연구개발(R&D) 축소에 따른 연구인력 감소도 우려할 부분이다. 조씨는 “‘사양산업 아니냐’는 패배의식이 번지면서 원자력을 전공하고도 플랜트 등 다른 분야에 취업하는 친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건설 중단으로 국내의 우수한 기술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한국의 원전 고급 인력을 빼가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인 이병령 박사는 “한국 원전산업이 성장한 60년 동안 우수 인력도 많이 육성했는데 그들이 외국 기업에 스카우트되면 우리는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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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관련 기업에도 찬바람이 분다.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경영 환경은 안팎으로 나빠지고 있다. 2017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8.7%나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한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2013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한전은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사들여 판매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타산이 맞는데 둘 다 안 되는 상황이다. 전력을 싸게 생산하려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전기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전이 66원으로 석탄(90원)이나 액화천연가스(LNG, 125원)보다 저렴하다.
 
2016년 79.9%였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71.3%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엔 50%대에 머물고 있다. 원전 부품 파동이 확산했던 2013년보다도 낮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 석탄화력이나 LNG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6월 배럴당 40달러대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1년 사이 50% 이상 급등해 현재 60~70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판매 가격을 높일 수도 없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계획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반기쯤 산업용 경부하(전기 사용이 적은 시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지만 부진을 털어낼 정도는 아니다. 2016년 하반기까지 6만원 선에 거래되던 한전 주가는 현재 3만원대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 덕에 1년 새 주가가 25%가량 상승한 한국가스공사와 희비가 엇갈렸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한수원은 탈원전 원년인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확 꺾였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1%, 75.2% 감소했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에 그칠 전망인데, 2017년(8618억원)보다 98.5% 줄어든 수치다. 이익 급감은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가운데 정비 등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원전 축소를 반영해 장기적인 매출 목표도 2030년 25조원에서 2031년 13조6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사에서 벗어나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기업인 프랑스 EDF와 미국 엑셀론의 원전사업 비중은 각각 54%, 66%”라며 “원전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닌 원전 컨설팅 등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혁신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건 불가피하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 경영이 흔들리면 작은 협력업체는 더 큰 타격을 입고 일자리도 줄어든다”며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는 일단 신한울 3·4호기 건설만이라도 재개하자고 주장한다. 경북 울진군에 지으려던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을 중단한 신규 원전 6기 중 사업이 가장 많이 진행됐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고, 주 기기도 사전 제작 중이었다. 한수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16일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면서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결정은 미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 인, 원 스톱(ONE IN, ONE STOP) 방식’을 제안했다. 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일단 추가로 원전을 짓되 하나를 가동하면 하나는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형태로 유연하게 운용하자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에 신제품인 ‘APR1400+’를 도입해야 한다”며 “향후 수출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사전에 기술을 검증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APR 1400+’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 ‘APR 1400’을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설비용량(1400㎿)과 설계수명(60년)은 APR1400과 같지만 피동보조급수시스템 등 안전도는 10배가량 강화했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수출만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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