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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P2P 외양간에 소가 아직 많이 남았다

고란 경제부 기자

고란 경제부 기자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대출은 ‘계(契)’를 닮았다. 일반적으로 계는 계원들이 매달 일정한 돈을 내고 정해진 순번대로 곗돈을 타는 구조다. 곗돈을 먼저 타가는(순번이 빠른) 사람은 받은 돈보다 내는 돈이 더 많다. 반대로, 곗돈을 나중에 타가는 사람일수록(순번이 늦을수록)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다.
 
즉, 곗돈을 먼저 타가는 사람은 일종의 차입자다. 목돈을 먼저 만지는 대신 대출이자를 낸다. 곗돈을 나중에 타가는 사람은 대출자(투자자)다. 낸 돈(원금)을 나중에 돌려받는 대신 수익을 챙긴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굴리고 싶은 사람을 모아 계를 조직하는 사람이 계주다. P2P 대출에서는 P2P 중개업체가 계주다.
 
계에서 사고가 터지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곗돈을 먼저 타 간 계원(차입자)이 돈을 안 낼 때다. 순번이 뒤에 있는 계원은 원금조차 못 건질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계주가 곗돈을 들고 ‘튈’ 때다.
 
최근 P2P 대출 시장에서 터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려가 놓고 제때 안 갚아 부실이 쌓였다.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에서 문제가 생겼다. 헤라펀딩은 지난달 24일 투자금 130억 원을 미상환한 채로 부도를 냈다.
 
P2P 중개업체가 대놓고 사기를 친 경우도 있다. 더하이원펀딩은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다 진짜 대표가 투자금을 들고 사라졌다.
 
계는 사적 금융거래 방식이다. 감독당국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 P2P 대출은 아니다. 최소한, 투자자들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P2P 중개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권이 없다.
 
P2P 대출 시장 초기부터 건전한 업체들은 P2P 대출을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관련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P2P란 가면 뒤에 숨어 사기를 치는 업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만 만들었을 뿐이다. 3년 사이 시장은 급성장, 결혼자금·수술비 등을 날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P2P 대출 관련 합동점검회의가 열렸다. 검찰·경찰과 협력해 P2P 대출을 악용하는 불법행위를 엄중히 단속·처벌한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외양간(P2P 대출 시장)에 소(투자자)가 아직 많이 남았다. 늦었지만 제대로 고쳐서 길 잃은 소(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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