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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다시 점화 … 시진핑·트럼프 ‘110조원’ 수싸움

시진핑·트럼프

시진핑·트럼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의 칼을 꺼내 들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진검 승부’다.
 

트럼프 1102개 품목 선제 공격에
시진핑, 같은 규모·세율로 맞대응

다음달 6일이 타협 마감 시한
양측 갈등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한국 철강·기계 수출 치명타 우려

무역전쟁의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양쪽이 각각 500억 달러(약 55조원), 합쳐서 1000억 달러의 제품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특별관세율은 25%다. 지금까지 100원에 수입하던 제품이라면 단숨에 125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상대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자국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한 방책이다.
 
전쟁의 개막일은 다음달 6일로 예고됐다. 이때까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 세계가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관세 부과는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기술이 중국으로 불공정하게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 조치”라며 “이것은 미국의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특별관세 대상으로 중국산 제품 중 1102개 품목을 선정했다. 1단계로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다음달 6일부터 25%의 특별관세를 매긴다. 2단계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은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은 즉각 반응했다. 다음날 새벽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특별관세 대상의 규모(500억 달러)·세율(25%)·시기(다음달 6일부터) 등은 미국과 똑같이 맞췄다. 1단계(340억 달러)와 2단계(160억 달러)로 구분한 대응책도 판박이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고 중·미 경제 무역협상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도 위배했다”며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고 중국과 인민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서로의 약점을 겨냥하고 있다. 양측의 의도는 특별관세 대상 품목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야심 차게 마련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공격 목표로 밝혔다. 그는 항공우주·정보통신·로봇공학·신소재 등 중국의 첨단기술 관련 제품을 특별관세 대상으로 선정했다.
 
트럼프는 “첨단기술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의 전략 계획은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어도 미국과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은 훼손할 것”이라며 “불공정한 경제 관행 때문에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상실하는 것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반격은 트럼프의 정치적인 기반을 향했다. 콩을 비롯한 농산물과 자동차 등을 보복 관세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던 백인 저소득 노동자와 농민을 겨냥한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음달 6일까지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그때까지 중국과 타협책을 찾을지, 아니면 더 강한 공세를 펼칠지 관건”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에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지난 15일 성명에서 “만일 중국이 미국산 제품이나 서비스에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선박·자동차·가전·휴대전화 등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 증가율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82억 달러(약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과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법인이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고, 이것이 다시 국내 모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대중 1단계 관세보다는 철강·전기전자·기계 등이 포함된 2단계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 15일 한때 2만5000선이 무너졌다. 결국 전날보다 84.83포인트(0.34%) 내린 2만5090.48로 마감했다.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 국제 원유와 금값도 2% 넘게 떨어졌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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