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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주역될 우리 학생들, 교육이 ‘세계사 까막눈’ 만들어

[김환영의 책과 사람] (14) 
《생각하는 힘 세계사 컬렉션》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의 반복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역사 읽기를 통해 국사의 반복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반복을 피해야 하는 시대가 개막했다. [사진: 새뮤얼 존슨 울프(1880-1948)]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의 반복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역사 읽기를 통해 국사의 반복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반복을 피해야 하는 시대가 개막했다. [사진: 새뮤얼 존슨 울프(1880-1948)]

글로벌 시대는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시대다.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에 사활적인 소위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또한 이미 하나가 된 세계의 연결성이 심화하는 시대다. 이러한 ‘하나 됨’의 시대에서는 〈국사〉 〈국어〉마저도 〈한국사〉 〈한국어〉로 세계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객관화,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좀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를 〈언어〉로, 〈국사〉〈세계사〉 〈동아시아사〉뿐만 아니라 ‘인도사’ ‘동남아시아사’ 등을 〈역사〉라는 단일 과목으로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수십 년 내로 도래할 수도 있다. 〈국어〉와 〈수학〉을 단일 과목으로 묶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문사철(文史哲)’이라는 조어가 상징하듯, 역사는 급변하는 오늘과 내일에 대비하기 위한 창의성 교육에서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고등학교 교육에서 〈국사〉는 필수과목, 〈세계사〉는 선택과목이다. 역사 교육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세계사〉는 매년 2만여명만 선택하는 비인기 과목이다. 미래 세계사의 주역으로 활약해야 할 우리 학생들을 우리 교육이 ‘세계사 까막눈’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사 컬렉션

세계사 컬렉션

《생각하는 힘 세계사 컬렉션(1~10권)》 김서형 외 지음, 살림
우리 세계사 교육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총 50권으로 《생각하는 힘, 세계사 컬렉션》이 기획됐다. 기획에 참여했으며 대표 저자 중 한 사람인 서울대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를 인터뷰했다.

역사학회회장이기도 한 김덕수 교수는 이렇게 역설하고 묻는다. “비즈니스를 해도 그렇고 학문을 해도 그렇고 예술을 해도 그렇다. 스포츠는 안 그런가? 우리는 문만 나가면 세계화와 마주친다. 세계화 시대에서 세계사가 당장 도움이 얼마간 된다 안 된다를 우리가 계량화하기는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다양한 세계인과 마주칠 때 세계사를 모르고 그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다음이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고 편집한 결과다. 
세계화의 전개로 말미암아 국사·한국사 사건, 세계사 사건을 분간하는 게 힘들어졌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 하나하나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다. 또 6월 12일 북미회담만 하더라도 국사·한국사에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지만, 단지 우리 문제가 아니다. 현대 세계사를 주도해가는 한 축인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면에서 세계사적인 사건이다. 국사·한국사와 세계사가 따로 노는 게 아니다.”
 
국사·한국사와 세계사 교육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이 땅에서 일어난, 우리 조상들로부터 시작한 우리 국사·한국사가 중요하다. 우리의 말, 우리의 글, 우리의 문화가 가장 소중하다. 그러나 21세기를 고립돼 살아가는 민족은 이 세상에 없다. 세계화라는 말이 이제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지나치게 한국사·국사 위주로 역사를 생각하는 것은 좀 시대착오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때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안을 풀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우리는 고등학교에서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 또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국사 교육을 받았다. 21세기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우리는 세계사적인 변화의 시대에 국사·한국사와 세계사를 공히 균형 있게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의 앞날을 세계사적인 큰 틀 안에서 판단하고 진단하고 또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사와 마찬가지로 세계사를 필수과목으로 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많아지는 게 문제다.
“사실 국사·세계사를 모두 다 필수로 하는 것은,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 체계상 불가능하다.역사 과목은 사회과에 속해 있다. 사회과는 역사, 일반사회, 지리로 나뉘어 있다. 또 윤리 과목도 그 안에 포함된다. 한국사를 모두가 배우는 필수 과목으로 했는데, 세계사도 필수로 하면 균형이 또 깨진다. 그런 면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배울 과목을 선택할 때, 입시에 성공해야 하는 학생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려야 한다. 세계사 과목만 하더라도 내용이 광범위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5년, 거의 20년 동안 선택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가 통계를 내보니까. 세계사 선택률이 계속해서 줄었다. 올해에는 1만 9000명으로 떨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2만 2000명이었다. 세계사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한다. 우리나라 장래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실정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선택과목 체제로 가면 어쩔 수 없다. 왜냐면 다 배울 수는 없고 과목은 많다. 학생들은 사실 세계사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 시대인데 세계사가 학교에서 외면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문제의 핵심은 지나치게 세분된 과목인가?
“과목을 여러 개로 나눠놓고 고르라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다. 역사는, 〈국사〉〈세계사〉〈동아시아사〉, 사회과는 〈사회 문화〉〈법과 정치〉〈경제〉 이 세 과목으로 돼 있다. 지리는 〈한국 지리〉〈세계 지리〉, 윤리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이렇게 과목을 쪼개 놓다 보니까. 학생들에게 다 가르칠 수 없다. 저는 고등학교를 70년대에 다녔는데, 그때는 윤리도 〈국민 윤리〉 하나밖에 없었다. 사회 과목으로는 〈세계 지리〉〈한국 지리〉〈정치 경제〉〈사회 문화〉가 있었다.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만 있었다. 제가 보기에 지금처럼 선택 교육 과정을 계속 운영하는 한, 〈세계사〉는 기피 과목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는 경쟁력이 없는 과목이다. 대학 입시는 문과 학생들에게 2개 사탐 과목 성적을 요구한다. 사탐 과목 중 어느 과목을 했는지 묻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저는 역사교육과 소속인데, 응시한 학생들을 면접할 때 ‘역사교육과에서 공부하려면 고등학교에서 〈세계사〉 〈동아시아사〉를 배워야 했지 않는가?’라고 물어보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세계사〉가 개설이 안 돼 있습니다. 듣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으니까 개설이 안 됐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아주 솔직한 반응이다. ‘개설은 돼 있지만, 아무래도 시험 성적이 좀 부담이 되니까 안 배웠다’는 것이다. 다른 과는 몰라도 역사교육과에 오겠다는 학생도 이 정도다. 우리가 얼마나 역사 교육이나 사회과 교육을 부실하게 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번에 나온 《세계사 콜렉션》의 타깃 독자는 중고등학생인가?
“우선은 염두에 뒀지만, 중고등학생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지금 세계사 교육이 전체적으로 비정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 누적됐다. 지금 성년이 된 분들이 40대까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안 배운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지금 학부모가 됐다. 고등학교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그분들이 지금이라도 세계사 관련 주제들이나 인물, 시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획 시리즈다. 중고등학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세계사 주제들이지만, 학생들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학부모의 세계사 교육도 같이 가는 거다. 이번에 나온 책은 교과서 수준을 좀 더 심화했다. 사실 학교에서 교육하는 세계사는 양이 충분할 수 없다. 아무래도 제한된 시간에 고대에서 현대까지 포괄해야 한다. 예컨대 서양 고대사는 그리스사와 로마사가 있는데, 우리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20쪽밖에 안 된다. 그런 것들을 약 200쪽 정도로 좀 더 상세하게 다뤘다. 그러나 아주 난해하고 학술적인 것은 아니다.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살을 붙인 책이라 난이도는 중간 정도다. 세계사 교육을 보충하는 책이다. 전문가들이 쓴 책들은 일반인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이 시리즈의 저자들은 역사 교사들이시다. 교사들은 아무래도 학생들을 늘 대하기 때문에 좀 더 접근하기 쉬운 표현이나 용어를 썼다.”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시험에 도움이 되고 대입에 도움이 돼야 한다. 이번 시리즈가 예컨대 〈국어〉나 다른 수능 과목을 잘 치르는 데 도움이 될까?
“책을 많이 읽으면 다 도움이 된다. 또 당장 책 몇 권 본다고 해서 갑자기 실력이 팍 는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책도 그런 책은 없다. 우리 중고등학교 교육이 입시에 모든 게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입 못지않게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교양과 지적인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세계사 컬렉션》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기 위해 기획했다. 책을 읽고 판단하고 자신의 사고력을 증진하는 데 포괄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마지막으로 강조하실 말씀은?
“많은 책이 있다. 다양한 주제로 책이 나온다. 우리는 세계사 읽기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인류의 소중한 과거를 잘 해명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이런 시대를 살 게 됐는지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비하고 전망할 수가 있다. 《생각하는 힘 세계사 컬렉션》 시리즈를 통해 학생들이나 부모님들께서 세계사 교육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또 역사 교육 정상화라는 큰 주제를 한국사라는 틀에서 좀 벗어나 펼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세계사 교육 실태를 살펴보면, 세 나라 모두 세계사 교육을 사실상 필수로 삼고 있으며, 자국사보다 더 중시하거나 적어도 자국사와 균형을 이루며 교육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국사 교육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세계사 과목은 학생의 교육선택권에 맡겨져 사실상 기피 과목으로 방치됐다. 이런 현실이 언제 개선될지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언론에서 이제 국사를 넘어 세계사 교육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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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책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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