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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래의 기술 어디 갔나···이게 다인가? 한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나라의 지도자이기 전에 협상가였다.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도록 협상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2011년 펴낸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에서 그는 “따지고 보면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큰 거래가 성사되도록 만드는 유능한 협상가일 뿐”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는 유능한 협상가로서 북ㆍ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회담 직후 트위터에 “자, 거래의 기술은 어디 갔는가. 이게 다인가? 미국 대통령께서 친히 나선 것을 생각하면 한심할 뿐이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출간한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라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을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발휘했을까.
 
크게 생각하라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목표는 컸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북한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이 회담에서 리비아처럼 핵 포기를 하지 않겠다면 시간 벌기용 위장일 뿐”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북ㆍ미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VID만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이며 V(검증)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의 트럼프 행정부의 ‘큰 생각’과 달리 회담 공동성명엔 CVID 문구와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내게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뿐이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국제 사회에 당혹감을 주긴 했지만, 정상회담 개최라는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취소 의사를 밝히며 “만약 당신이 마음을 바꿔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를 걸거나 서한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한 것은 마치 ‘생각이 있으면 다시 게임을 시작해보자’는 제안과 같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이 자신의 협상 전략을 북한과의 관계에서 직접 실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언론을 이용하라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모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생리를 잘 안다. 그는 트위터를 활용하며 회담 성사 또는 취소, 일괄 타결 또는 단계적 비핵화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언론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회담 당일에도 오전 5시 30분부터 ‘진정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곧 알게 될 것이다’라는 트윗을 올려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회담 직후엔 주요 장면을 44초로 요약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 4분30초짜리 영상을 상영했다. 북한의 밝은 미래 모습을 노출해 회담의 성과를 부각하려 했다.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내 경험으로 보아 신념을 위해 싸우면 때로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기는 해도 대개는 최선의 결과를 낳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에서 뉴욕시가 세금 문제로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했을 때 이겨낸 사례를 언급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는 신념에 가까웠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북ㆍ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의사를 보였고, 실제로 한 차례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에야말로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 해결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국제 사회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공동성명 내용만 봐서는 신념을 위해 ‘저항’했다기보다는 ‘양보’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공동성명에 CVID가 명시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도 빠졌다. AP 뉴스는 ”자국민에게 끔찍한 인권침해를 벌인 김정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는 악평을 내놓았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한 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한 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트럼프 타워의 단점을 선전으로 덮기도 했으나 결론은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북ㆍ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한 외신의 평가를 보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물건’은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 ‘비핵화로 향한다’는 문장은 얄팍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했고, CNN도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따뜻한 말로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비핵화에 대한 모호한 약속으로 끝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4일 세종연구소에서 개최된 특별정세토론회에서 “(북ㆍ미 정상의) 합의문은 포괄적이지만, 합의문 밖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북ㆍ미정상회담의 성공ㆍ실패를 규정하기 이전에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의 기술』에는 “좋은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끝내 허실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라고 돼 있다. 국제사회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허(虛)와 실(實) 중 무엇으로 평가할까.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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