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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벌려봐"···개념없는 손님에 쩔쩔 매는 승무원 왜?

[사진 닷페이스 유튜브 캡처]

[사진 닷페이스 유튜브 캡처]

국내 항공사 현직 승무원들이 항공사의 불합리한 평가 시스템 탓에 고충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11일 ‘닷페이스’는 15년차~24년차 국내 거대 항공사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권수정 24년차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은 “여승무원에게 과도한 외모 규정이 적용된다”며 1단계에서 10단계까지 나눠져 있는 염색, 눈이 아무리 아파도 절대 안경을 써선 안되는 규정 등에 대해 언급했다.  
 
승무원 권씨는 “후배에게 들은 얘기”라며 “비상구 주변에 손님과 마주보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 손님이 마주보고 앉아있는 승무원에게 ‘다리 벌려 보라. 좀 보게’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더라”며 기내에서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가면을 쓰고 나온 익명의 아시아나 15년차 승무원은 A씨는 “어떤 손님이 손가락 하나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손가락 방향을 바꿔 짐을 올리라고 지시하는 일이 있었다”며 “그때 내가 짐을 올리면서 ‘지금 뭘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펑펑 울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사진 닷페이스 캡처]

[사진 닷페이스 캡처]

 
손님에게 무릎꿇고 사죄한 일화도 소개됐다. 익명의 대한항공 15년차 승무원 B씨는 이코노미 클래스 손님이 비즈니스석에 앉은 친구에게 제공된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달라고 요구했다. 규정대로라면 그렇게 할 수 없지만 B씨는 고민 끝에 비즈니스 클래스 와인잔에 이코노미 클래스 받침대를 제공했다. 그랬더니 그 승객은 “나를 무시하냐”며 “승무원의 말투와 행동이 기분 나쁘다”고 각을 세웠다. B씨는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꿇고 빌었다고 한다.
 
승객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거절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승무원들이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하는 이유는 ‘컴플레인’이 인사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승무원들은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점수가 차감된다. 이로 인해 진급 등 인사평가에서 물을 먹으면 열심히 일한 수개월이 한순간에 날아간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승무원들의 본래 업무인 ‘안전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는 것이다. B씨는 “안전 문제 때문에 ‘이 좌석 밑으로는 짐이 있으면 안된다. 짐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승객이 욕을 하면서 내 이름을 적어가더라”며 규정대로 안전 업무를 했음에도 손님이 회사에 컴플레인을 할까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개탄했다.
 
이 얘기를 들은 7년차 카타르 항공 전 직원은 “카타르항공에서는 승무원은 안전 업무를 해야하니 몸이 다치지 않도록 무거운 짐은 들지 않도록 교육한다”며 “규정대로 했을 경우 항공사는 승무원의 편”이라며 국내 항공사의 이야기에 연거푸 놀라움을 표시했다.  
 
권씨는 “승무원에게 서비스보다 주요 업무는 안전 업무다”라며 “우리는 테러범 관련해서 호신술도 배우고 청원경찰 자격까지 있는 사람들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선 승무원이 면세품을 팔고 서비스를 하지만 손님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목숨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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