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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다니다 TED 전도사로 창업한 송인혁 대표

기자
이상원 사진 이상원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23)
2009년 12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인터넷 탄생 40주년을 맞아 ‘빨간 풍선을 찾아라’라는 행사를 열었다. 미국 전역에 띄워 놓은 대형 빨간 풍선 10개를 가장 빨리 찾은 팀에게 상금 4만 달러를 줬다. 정보확산의 속도와 정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4000여 팀이 참가한 가운데 주최 측은 풍선을 모두 찾는 데 9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MIT 대학교 팀이 9시간 만에 끝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빨간 풍선을 직접 찾은 A에게는 2000달러를, A에게 행사내용을 알려준 B에게는 2분의 1인 1000달러를, B에게 알려준 C에게는 500달러를 주겠다”고 SNS에 광고를 냈다. 
 
이렇게 하면 네 단계를 거쳐 풍선을 찾더라도 3750(2000+1000+500+250) 달러만 부담하면 되고, 무한히 많은 단계를 거쳐 풍선을 찾더라도 풍선 1개당 40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즉 10개 모두 찾는 데에 4만 달러를 넘지 않고 단계가 줄어들수록 자신들의 몫이 커진다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 연결의 힘을 믿는다는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사진 이상원]

가치 있는 아이디어 연결의 힘을 믿는다는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사진 이상원]

 
뉴스를 본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감탄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이던 송인혁(42) 유니크굿컴퍼니 대표는 회사에서 이 실험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외 13만여 명의 직원을 활용하면 조직 구성원이 어떻게 연결돼 있고, 그들 사이의 정보 확산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빨간 풍선 찾아라’ 행사의 놀라운 효과  
국내 사업장에 5개, 해외(중국, 미국, 영국, 호주) 사업장에 4개의 풍선을 띄워 놓고 사내 메일을 통해 행사를 알렸다. 방식은 미국의 경우를 그대로 따라 했다. 9개 모두를 찾는 데에 47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회사에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 효과를 확인하고는 매우 놀랐다. 이때 얻은 다양한 정보를 회사 경영에 반영해 큰 효과를 보았다.
 
송 대표가 미국의 행사를 보고 놀라는 것에 멈추지 않고 회사에 적용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직장 동료가 회사 일 때문에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몇 달을 고생해도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바로 옆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두가 허탈해했지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일하는데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을 왜 이렇게 연결하기 힘들까?’ 하고 생각하던 중 이 실험을 발견한 거죠. 회사 내에서 정보의 네트워크 지도가 어떻게 그려질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제안하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사내방송국, 홍보팀 등의 도움이 컸죠.”
 
경북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KAIST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 송 대표가 처음부터 정보의 확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2010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강연 프로그램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 참가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TEDx 행사에서 강연을 하는 송인혁 대표. [사진 이상원]

TEDx 행사에서 강연을 하는 송인혁 대표. [사진 이상원]

 
세계를 대표하는 지성의 강연회로 생각하고 참석했으나 실상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네트워킹 행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관련 분야의 엔지니어와 대화 도중 당시 회사에서 추진하던 중요 프로젝트의 허점을 발견해 공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회사 재직 중에 쓴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를 비롯해 최근 『퍼펙트스톰』까지 모두 다섯 권의 책을 출판했다.
 
삼성전자에 사표 던지고 창업의 길로 
회사 재직 중이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송인혁 대표가 쓴 다섯 권의 저서들. [사진 이상원]

회사 재직 중이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송인혁 대표가 쓴 다섯 권의 저서들. [사진 이상원]

 
책 출판까지 하면서 회사 다니기가 힘들지 않았는지 아니 그보다 정확히는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모두 의미 있는 일이었죠. 대신 점점 ‘정보 네트워크의 실체’, 즉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모이고 연결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2011년 용기를 내서 사표를 냈죠.”
 
퇴사의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과정이 궁금해 던진 질문에 다소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막연했어요. 조금 성급했고요. TED에서 많은 참가자와 연사를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책도 내고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과 코가 높아졌나 봐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지요. 퇴사 후 몇 개월 동안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위기를 이겨낸 비결과 계기가 궁금했다.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일단 먹고 살기 위해 잘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버텼어요. 모 일간지에 TED 현장 소식을 기고도 하고 조직문화와 창의성에 대해 대중강연도 했어요.

다행히 직장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TEDx서울과 TEDx삼성이 강연문화와 조직문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서 TED 전도사로 알려져 강연기회가 늘어났어요. 회사에서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토대로 조직문화와 창의성에 대해 강연했는데 나중에는 잠자는 시간 외에는 계속 강의를 해야 할 정도로 바쁘게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다고 했는데 무엇이었을까? 
“제가 강연을 직접 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모여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장과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창 강연으로 바쁠 때 CBS의 강연 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국의 TED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취지였는데,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낼 기회였죠.

큐레이터로 참여하며 재미와 보람을 함께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확실히 알게 됐어요. 변화는 정보와 사람이 모여 교류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요.”
 
강연 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큐레이터(사진 위)로 참여했을 때와 강연하는(사진 아래) 송인혁 대표. [사진 이상원]

강연 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큐레이터(사진 위)로 참여했을 때와 강연하는(사진 아래) 송인혁 대표. [사진 이상원]

 
문재인 당 대표의 감사 인사받은 ‘더불어콘서트’ 
송 대표는 2014년 말 본인의 회사를 차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의뢰로 진행했던 ‘더불어콘서트’이다.
 
’더불어콘서트’를 진행할 때(사진 위)와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함께(사진 아래). [사진 이상원]

’더불어콘서트’를 진행할 때(사진 위)와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함께(사진 아래). [사진 이상원]

 
“최재성 사무총장과 함께 표창원, 양향자, 김병관, 김빈 등 문재인 당시 당 대표 겸 인재영입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를 모아 ‘더불어벤져스’를 결성했습니다. 같이 전국을 돌면서 ‘더불어 콘서트’를 진행했지요. 정치권의 행사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세련된 이야기와 신나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의 행사였죠.

약 2주일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서 어렵던 당의 부활을 도왔다는 감사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제안할 때만 해도 상당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문재인 대표께서 찾아와 믿고 가겠다며 단번에 승인해 주셨어요. 콘서트 때 맨 앞 바닥에 앉아 가장 크게 웃고 박수쳐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식정보 시대에서 관심의 시대 거쳐 경험의 시대로
송 대표는 2017년 새로운 회사 유니크굿컴퍼니(unique good company)를 창업해 관심의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과거 ‘뭐가 있지?’에 대답하는 지식정보의 시대에서 ‘뭐 먹지? 어디 가지?’를 찾는 관심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뭐하지?’를 찾는 경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가상의 매스미디어, 소셜미디어를 넘어 현실의 직접 경험과 스토리가 결합하는 트랜스미디어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경험하는 현실 공간으로 모이게 될 겁니다. 연간 1억 건의 이용자를 가진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가 서비스 핵심을 숙박에서 여행으로 변모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리얼월드’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실 공간에 실제 역사와 결합한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고 각종 과제를 해결해 가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 경험 플랫폼입니다. 작년 겨울 교보생명과 함께 광화문 일대에서 ‘김창수(백범 김구)를 살려라’라는 행사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여름에는 ‘태양의단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시티 스케일 이벤트로 서울, 전주, 부산 등에서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에어비앤비처럼 리얼월드는 경험의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올 여름 개최 예정인 리얼월드 "태양의단의 비밀" 예고 사진. [사진 이상원]

 
송인혁 대표의 경험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주위 지인들이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 TED 참석, 빨간 풍선 실험, 퇴사, 정치권과 어울리지 않는 행사의 기획 등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큰 호응을 얻었고 다음이 기대된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의 리얼월드도 그렇다. 
 
처음 들었을 때는 관광인가 게임인가 영화인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러 번 듣고 보니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직접 보기 전에는 100%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터뷰를 끝내며 자신 있게 덧붙이는 송인혁 대표의 한 마디에는 묘하게 호기심과 믿음이 동시에 생겼다.
 
“수많은 아이디어의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가능성에 흥미를 가져왔어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연결해 보려고 노력해 왔고요. 리얼월드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얼월드는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산업이 될 것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 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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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