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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완태’를 위한 탈코르셋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 셀러브리티, 패셔니스타들을 만날 때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입으면 멋스러운가요?” 하지만 질문이 정형화해서일까. 그때마다 교과서 같은 답이 돌아오곤 했다. 바로 “유행을 따르기보다 나답게 입어라, 그리고 무엇을 걸치든 당당한 태도를 가져라”다. 한 마디로 ‘패완태(패션의 완성은 태도)’라는 말이다.  
 
늘 답이 뻔하다고 툴툴대면서도 종종 정답일 수밖에 없구나 하고 느끼는데, 바로 패션위크 같은 행사에서다. 특히 패션 좀 한다(혹은 안다)는 이들을 다 모아둔 것 같은 듯한 쇼장 주변이 그렇다. 9~11일 런던에서 열렸던 2019 봄·여름 남성 패션위크만 해도 그랬다. 파자마 바지에 런닝을 입고 온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한낯 뙤약볕이 걱정될 만큼 비닐 옷을 아래 위로 장착한 차림도 보였다. 유행을 따른 건지, 남들 눈엔 예쁜 것인지를 떠나 누가 봐도 눈길을 끌만한 차림이다보니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들은 매의 눈으로 이런 이들을 골라 찍어댄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태도다. 포즈를 취해달라는 제안에 흔쾌히 응하는 건 물론이고, 그 자세가 어찌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거기다 대고 이 차림이 얼마나 멋스럽냐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거다. 말하자면 ‘사람이 옷보다 아름다워’라는 생각이랄까.  
 
최근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탈코르셋 운동’이 이 지점에서 오버랩된다. 탈코르셋이란 여성이라면 어릴 적부터 아름답기를 강요받는 사회 문화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를 만들어 내는 기제에서 벗어나 강제돼 온 ‘꾸밈 노동’에 대한 반기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이 한창이다.  
 
해시태그(#)로만 검색해도 “단백질 덩어리를 없앴다”며 긴 머리를 자르는 건 물론이고(한때 유행했던 연예인 쇼트커트와는 다른 남성들이 흔히 하는 투블럭 커트라는 게 포인트다.), 거뭇거뭇할 정도로 종아리 털을 그대로 두거나, 용돈 모아 사들인 화장품 꾸러미를 깨서 박살 내는 사진이 ‘탈코르셋 인증샷’으로 줄줄이 올라 온다. 이 물결을 타고 뷰티 유튜버 데일리 룸 우뇌와 배리나씨도 동참했다. 탈코르셋을 선언하며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세지를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왜 또다른 강요를 하느냐’ ‘이제라도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는 찬반은 이어지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이제 여성의 아름다움과 꾸미기에 대한 새로운 화두가 세상에 던져졌고,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각자의 ‘관점’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서민 교수가 한 방송 프로에서 언급한 말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귀찮을 때 건너뛸 수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억압이다.” 꾸밀 자유도, 꾸미지 않을 자유도 내 스스로의 욕망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지켜내면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어떻게 보여도 상관없어, 난 내가 마음에 들어’라는 말로 바꿔도 좋다. 꾸밈의 완성도 역시나, 태도니까. ●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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