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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든 보수든 실력 있어야 … 우리도 매맞을 수 있어 겁나

[SPECIAL REPORT] 6·13 지방선거 민심 읽기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에서의 보수 참패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에서의 보수 참패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6·13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보수 후보들에게 레드 카드를 내밀었다. 퇴장 명령이다. 보수의 ‘궤멸’이란 표현까지 나온다. 2016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에 이어 보수 정치는 침몰했다. 선거 하루 뒤인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5일엔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연이어 사퇴했다. 국회의원 114석의 2당과 30석의 3당 모두 리더십 부재 상태다.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시스템도 위태롭게 됐다. 대한민국 보수가 왜 이리 됐는가, 보수 재건의 희망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길인가. 보수와 진보의 시각으로 각각 선거 현장을 누빈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지사 선거대책본부장)을 박승희 중앙SUNDAY 편집국장이 14일 인터뷰했다.

 
여권의 전략가로 꼽히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달 경남에 머물렀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총괄상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선거를 도맡았다. 그사이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보수정당의 PK(부산·경남) 진지가 허물어졌다.
 
줄곧 현장을 지킨 그는 상대의 몰락에 대해 “보수의 3대 기축이 무너졌다. 보수의 구조적 열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홍준표 대표에게만 책임을 물면 안 된다. 주류 보수 전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경남도지사 선거를 현장에서 도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나.
“그렇다. 다녀보면 ‘이대론 안 된다. 왜 저쪽이 변화를 거부하는지 모르겠다’는 걸로 꽉 차 있더라. 탄핵과 대선으로 두 번이나 강하게 메시지를 던졌는데 반대쪽으로 가니 국민이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다. 넓게 보면 보수, 좁게 보면 자유한국당과 홍 전 대표에 대해 쪽팔려 할 정도로 싫어한다. 동전의 양면 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고 있지 않으냐’라며 이를 부정하는 데 대한 (비판적) 정서도 깔려 있더라.”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가 홍준표 마케팅을 거부한 배경이겠다.
“개인기로 밑바닥을 돌며 다지는 것 말고는 다른 전략을 쓸 수 없었다. 그게 효과적이지 않았던 게 개인의 기량이 떨어졌다기보다 경남 등 지방경제가 위기여서다. 9년 보수 정부, 경남만 보면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당의 30년 독점 때문이란 시각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리더십과 생각, 인물을 요구했다.”
 
국민의 경고에도 보수가 왜 제대로 변화를 못 했다고 보나.
“일시적 위기면 적당히 현 국면을 때우고 넘기면 됐다. 대통령제 하에서 시간은 야당의 편이다. 반대하면서 버티면 정부·여당의 실책이 나오고 여당이 분열·교란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안티(anti·반대) 노선이다. 보수가 이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 같다. 여기에다 대한민국 보수의 근간이 세 개 있는데 반북(反北), 경제적으론 성장, 그리고 지역주의다. 그게 다 무너졌다. 고도성장이 안 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가 탈동조화하면서 지역주의가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자산을 기준으로 투표 성향이 다른 계층투표성의 시대다. (3대 축 중) 가장 끝까지 남아 있던 게 반북인데 그걸 문 대통령이 깼다. 또 중요한 건 개혁보수로 갈 만한 리더십을 못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홍준표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는.
“보수가 ‘홍준표 보수’를 통한 단기 해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탄핵과 대선 패배를 초래한 친박 체제를 그대로 놔두고 거기에 덮어씌우기를 한 것이다. 그게 안 먹혔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열린우리당의 붕괴에) 보수가 ‘진보의 재구성’이란 표현을 썼듯 (이제는) 보수의 재구성이라 할 정도로 (3대 축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보수의) 열세가 구조화되고 그래서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장기화한다면 어느 정도일 것이라고 보나.
“(2007년) 노무현 폐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나빴지만 (이번이) 그런 수준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최근) 가장 조악한 수구 보수의 모습을 보여 줬다. 차근차근 또박또박 대한민국 보수의 골조와 골간을 뭐로 할 거냐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바꾸고 분장만 새로 한다고 다시 마음을 줄 것 같지 않다.”
 
반대급부로 상당 기간 진보의 우위가 이어지겠다.
“별개다. 지금 사람들은 보수냐 진보냐보다 잘하느냐 못하느냐,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를 보는 것 같다. 보수든, 진보든 잘하면 지지하고 못하면 매를 든다. 보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게 답이냐, 이 또한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의 진보 정체성이 아주 강한 게 아니다. 안보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건 실력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정치시장 피드백이 빨라졌다는 의미인가.
“그렇기도 하고, 보수도 진보도 우리 사회 문제를 못 풀어낸 측면도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 10년 넘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누구라도 답을 내달라는 게 국민의 주문인 것 같다. 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정체된 개혁 이슈가 많다.우리도 답을 못 내고 집적거리고 핑계 댄다면 또 혼낼 것이다.”
 
보수가 자기혁신을 통해 재기하려면 어떤 수순과 가치로 시작해야 한다고 보나.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하는데 우선 홍 전 대표에게 (책임을) 모는 것이다. 홍 전 대표의 언어나 행태, 지향하는 방향이 가장 정확한 수구 보수의 모습을 띠긴 했지만 그 때문에 진 건 아니다. 모든 책임을 홍 전 대표에게 몰면 안 된다. 주류 보수의 위기다. 보수가 분열돼 졌다며 정계개편으로 풀려면 이 또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본다. A부터 Z까지 보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잘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진보의 총아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게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서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중국을 설득해서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보수가 가치 이념만 앞세워서 승부를 보려 해선 안 된다.”
 
결국 집단, 리더십이 중요한데 보수에선 기존 리더십들이 부정당해 사실상 리더십의 진공 상태다.
“어려운 문제다. 결국 정치는 사람으로 표현돼야 한다. 노선이든 가치든 사람으로 등장했을 때 표를 준다. 처음부터 거인이 등장해 판을 정리해 주진 않을 거다. 올망졸망한 골목대장들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여 동네를 벗어나는 인물이 만들어지고, 또 그중 더 큰 인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어야 하고 그런 과정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전 보수의 리더십은 톱다운 방식을 통해 형성됐다. 이제는 바텀업의 토너먼트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판을 정리하는 실력을 보여 주며 세를 규합하는 토너먼트에서 위너(winner)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사이 정체성과 이념도 바로 세우고 인물군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가 해보니까 쉽지 않은 과제더라. 선거가 주기적으로 와 급한 대로 누군가 앞장세우다 보면 구조적·장기적 해법을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보수는 좀 길게 봐야 한다. 다음 선거에 이기기 위해 모든 수를 다 쓰면 이기지도 못할뿐더러 패배만 깊어진다. 선거 하나만 보지 말고 두세 개를 봐서 마지막에 재구성의 결과로 이겨야지 승리를 동력 삼아 재구성하겠다는 건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도 보수의 이번 위기가 남의 일 같지 않겠다.
“저 아픔을 안다. 자유한국당이 (2006년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보다) 더 깨졌다지만 그때 열린우리당이나 (이번) 자유한국당이나 쓰나미가 몰고 간 것이다. 불과 12년 전이었다. 10년 뒤에 우리가 그리될 수 있는 거다. 두려운 현실이다. ‘전부냐 제로냐’(all or nothing)이면 정당·정치세력으로선 조심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남의 일 같지 않다. 겁난다.”
 
답을 내는 능력을 강조했다.
“보수도 진보도 미래지향적 모습을 띠어야 (우리 사회가) 막혀 있던 벽을 뚫고 나아가는 데 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보수가 잘해내야 우리도 긴장감을 갖고 해서 더 좋은 진보가 되는 것이고 그랬을 때 더 시너지가 난다. 좋은 보수와 좋은 진보가 경쟁하면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 줬지만, 똑같은 숙제도 줬다. 한 라운드는 우리가 이겼지만 다음 라운드는 또 모르는 것이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인데 보수의 위기가 이어지는 만큼 민주당 내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승리의 덫, 승리의 저주를 경계해야 한다. ‘이미 판은 우리 것이다’며 권력 투쟁 하듯 하면 대통령이 따 놓은 것 까먹는 건 순식간이다. 금방이다.”
 
정리=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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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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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