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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3주 내 비핵화 중대 조치 취한다에 걸겠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어도 올해 안에 한 번은 다시 더 만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포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어도 올해 안에 한 번은 다시 더 만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포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구체적인 합의보다는 선의가 선의를 낳는 완전히 새로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당장이 아니라 향후 2~3주 이내에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인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회담 전 기대와는 달리 국내외에서 ‘디테일도, 실질적 내용이 없다(No substance, No details)’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공동 성명에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등이 빠져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하다. 나도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완전한 체제 안전보장(CVIG)’를 맞교환하는 방식이 빠져 있어서였다. 북·미는 오랫동안 적대적 불신관계에서 협상을 하다 보니 나 역시도 하나하나 명기해서 주고받는 협상에 익숙했다.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어떻게 하고, 체제 안전보장은 어떻게 하며, 대북 제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없는 성명이었다. 새로운 북·미 관계, 평화체제, 비핵화와 안전보장이라는 의제와 각각의 의제가 추구하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위한 신뢰 형성’이라는 말에서 양 정상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 성명에서 양 정상은 “새로운 북·미 관계를 통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상호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동 인식 아래 다음 합의 내용을 발표한다”며 모두 4개 항에 합의했다.
 
 
신뢰 구축 땐 합의문에 없는 것도 지킬 것
 
새로운 협상 방식이 과거와 무엇이 다르다는 건가.
“과거에 구두건 문서건 합의를 아무리 많이 해도, CVID 방안을 열 번 합의해도 신뢰가 없어서 도중에 깨졌다. 체제 안전보장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알기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완전히 비핵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같은 약속을 했고,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얘기했을 것이다. 대신 양 정상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구축하자고 말했을 거다. 서로 기계적으로 맞춘 합의는 이행과정에서 한 번만 삐끗해도 합의 자체가 무너졌다. 반대로 신뢰를 구축하면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은 합의도 지킬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걸 막자는 취지다. 그런 김 위원장의 설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꾼 것이라고 본다. 양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구축해 정상국가 사이처럼 정상은 큰 틀에서 합의하고, 후속 조치를 통해 약속을 이행하자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결과가 이번 공동 성명이라고 본다.”
 
과거 역사를 볼 때 김 위원장의 제안을 곧바로 수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맞다. 트럼프 대통령도 고민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이 그동안 취했던 제재와 압박 때문에 협상에 나왔고 그렇게 수동적으로 나오면 반드시 기만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음으로써 북한을 경제적으로 부강하게 하고 인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겠다는 꿈을 말했고 그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만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주한미군 철수, 북·미간 의제로 생각 안 해
 
그렇다고 신뢰하기엔 미흡한데.
“올해 북·미 관계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김 위원장이 왜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쓸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라는 좋은 카드를 미리 써버렸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올 초부터 시작된 일련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 3명을 석방했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그리고 이번엔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모두 4가지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국이 양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엇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핵 가진 전략 국가에서 핵 없는 전략 국가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과 이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존의 군사주의 모델을 경제주의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선 군부와 인민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거대한 출발점인데 그런 변화를 김 위원장 본인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북한 내부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런 김 위원장의 의도를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촉진하고, 또 한편으로는 확인해 보기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잠정 중단 카드를 전략적으로 던진 것이라고 본다. 연합훈련 중단은 김 위원장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노동신문을 보면 ‘조선이 도발이라고 제기한 훈련’을 미국이 중단한다고 돼 있다. 한·미가 군사훈련을 통해 도발하고 있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훈련 중단을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신뢰를 쌓기 위해 이번엔 북한이 행동에 나설 차례인데.
“나는 2~3주 안에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또다시 취할 거라는 데 내기 걸겠다. 그걸 본 후 공동성명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합의 조항 이행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하자고 공동 성명에도 나와 있지 않나. 트럼프 대통령이 을지포커스 프리덤(UFG) 훈련은 8월 개최 예정인데 잠정 중단 카드를 6월에 던졌다. 김 위원장에게 북·미간 신뢰구축 진정성이 있다면 반드시 호응할 것이다.”
 
‘비핵화가 20%만 진행돼도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오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2일 기자회견 발언은 지나치게 유연한 입장이 아닌가.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사실상 배치한 상태다. 개발과정에 있는 핵무기와는 다르다. 20%는 비핵화 초기 조치(front loading)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비핵화의 핵심 조치를 하면 북한 경제 건설을 위해 필요한 제재 해제를 미국이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심적인 비핵화’가 이뤄지면 제재를 일부 해제할 수 있다는 일종의 ‘당근’이라고 볼 수 있다.”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카드의 의미는.
“핵무기와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미국 전문가들은 아직 최종 단계에서 개발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엔진 실험장 폐쇄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현시점에서 중단하겠다는 선의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선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언급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은 1976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미국 여론이 거세게 반대해 결국 실패한 이후 주한미군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더는 북·미간 의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한·미가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의식해서 한 발언일 수 있다. 우리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정은, 유엔총회 참석하며 백악관 갈 수도
 
한국전쟁 종전선언도 북·미간 또는 남·북·미간에 이뤄질 수 있을까.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큰 선물이다. 미국 대통령과 당당하게 협상해 한국전쟁을 끝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군부와 인민에게 심어줄 수 있어서다. 북·미간 신뢰구축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4가지 양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선언 → 6월 중 북한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일부 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상호 신뢰가 하나씩 쌓이면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꿔 일부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이 목표라면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핵심이 신뢰 구축이라면 여러 번 정상이 만나는 것보다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다.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체제 안전보장 방안이다. 또 향후 양국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결절점, 즉 매듭을 짓는 단계가 필요하다. 9월 9일은 북한 정권 창립 70주년이다. 6월 중 북한의 비핵화 조치 → 8월 UFG 잠정 중단을 거쳐 9월 9일 종전선언을 하면서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백악관을 방문할 수도 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소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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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