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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호텔 로비 8번 등장 … ‘폭군’서 ‘젊은 지도자’로

차세현의 싱가포르 취재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12일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St. Regis) 호텔 로비에 여덟 번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해 여장을 풀 때 한 번, 같은 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두 번, 11일 밤엔 현지 시찰을 위해 두 번, 12일 오전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두 번, 밤늦게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이었다.
 
# 촬영이 전면 금지된 호텔 로비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수행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방영했다. 수행원은 맨 오른쪽부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이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제1부부장이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수행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방영했다. 수행원은 맨 오른쪽부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이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제1부부장이다. [연합뉴스]

같은 호텔 9층에 묵었던 기자는 김 위원장이 때론 담담하게, 때론 얼굴에 웃음을 띠며 걸어가는 ‘로비 퍼레이드’를 삼중 경호 벽 너머 5~6m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다. 김 위원장의 얼굴은 약간의 화장을 한 듯 뽀얗다. 7개월 전만 해도 ‘내 책상에 핵 버튼이 있다’며 전 세계를 위협했던 34살의 북한 지도자. 그가 대리석이 깔린 5성급 호텔 로비를 유유히 걷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초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2일 밤 여덟 번째 ‘고별 로비 행진’을 할 때 김 위원장은 ‘폭군’ ‘독재자’ 이미지를 벗고 막 세계로 뛰어나온 ‘젊은 지도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오기 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41살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47살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보다 훨씬 젊은 지도자 말이다. 싱가포르 택시 운전사들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말했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생중계한 채널뉴스 아시아(Channel News Asia)의 한 해설가는 두 정상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로비에 좌우로 6개씩 놓인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상 첫 악수”라며 “양국 국기가 나란히 세워졌다는 것만으로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지도자가 됐다”고 했다.
 
여덟 번에 걸친 김 위원장의 행진은 프랑스풍 럭셔리 호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깍두기 머리’에, 유행과 동떨어진 통 넓은 양복바지를 입은 180㎝가 훌쩍 넘는 북한 ‘방탄 경호단’의 부산한 움직임과 함께 시작됐다. 정문 검색대, 1층 로비 곳곳, 엘리베이터 통로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이 부산해지고 숫자가 늘어나면 김 위원장이 곧 움직인다는 신호였다.
 
호텔 주변 도로는 출입 30분~1시간 정도 전부터 통제됐다. 이때에는 일반 투숙객의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기자도 11일 밤 김 위원장이 호텔을 나선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호텔로 달려갔지만, 결국 호텔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움직일 때마다 싱가포르 경찰은 엘리베이터 통로 입구부터 정문까지 20여m 거리에 1차 경호 벽을 쳤다. 그 앞에 민간인 복장의 관계자들이 2차 경호 벽을 쳤는데 촬영을 막기 위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라”고 연신 경고했다.
 
오전 9시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12일 아침 로비는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텔 1층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북한 경호원 수십 명은 오전 7시 30분부터 로비를 뛰어다녔다. 7시 50분쯤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강일 북미국장 대행 등에 이어 8시쯤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 정복을 입은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8시 10분쯤 4개의 엘리베이터 통로 입구에 경호원 10여 명이 온몸으로 인간 방패막을 쳤고 잠시 후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고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의 왼쪽 뒤편에는 가죽 서류가방을 옆에 든 김여정 제1부부장이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은 싱가포르에서도 바늘과 실이었다.
 
# 투숙객과 편하게 어울린 호텔 식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동안 머문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호텔 20층 스위트룸 전용 운동시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동안 머문 싱가포르 세인트 레지스호텔 20층 스위트룸 전용 운동시설.

김 위원장이 머문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2박 3일 동안 북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11일과 12일 아침 식사 장소인 1층 프랑스 레스토랑 ‘브라세리 레 사뵈르’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이 식당은 북한 경호원은 물론 고위 수행원까지 찾았다. 20층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한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만 예외였다.
 
12일엔 오전 7시가 조금 안 돼 이용호 외무상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함께 식사하러 내려왔다. 두 사람은 기자와 테이블 두 개 정도 떨어진 곳에 마주 앉았다. 음식을 고를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넸지만, 대꾸하지 않을 뿐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다른 쪽에선 이수용 부위원장이 국수를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한 경호원들은 말없이 식사했다. 반면 수행원들은 대화 꽃을 피웠고 가끔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북한 대표단은 호텔 18~20층 전체를 썼다. 엘리베이터는 투숙객 카드를 넣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 본지 기자가 카드를 넣고 18~20층 버튼을 차례로 눌러봤지만, 불이 켜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시로 북한 경호원·수행원들과 마주쳤다. 악수하면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잡아주는 경호원도 있었고, “고생이 많으십니다”라고 하면 “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다. 20~30대의 젊은 경호원에게 싱가포르는 낯설었고 어색해 보였다. 한 호텔 직원은 지난 13일 기자에게 “북한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 외부와 완전 차단된 스위트룸
 
호텔 관계자는 “18~20층 사정은 보안사항이어서 (김 위원장이) 어느 방에 묵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18~20층에서 가장 큰 방은 335㎡(약 100평) 크기의 20층 프레지덴셜 스위트(presidential suite)이다. 다른 방에 비해 3배는 넓다. 침실·응접실·부엌까지 갖춘 이 방은 날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박 요금이 1만 2240 SGD(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991만원) 정도다. 김 위원장이 떠난 13일에도 이 방은 여전히 예약 불가였다. 김 위원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클리닝(cleaning·청소) 때문으로 보였다. 사정은 정상회담장인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싱가포르=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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