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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중앙은행 1조 달러 긴축, 외채 많은 F5 떨고 있다

예상이 현실이 될 조짐이다. 올해 글로벌 유동성이 1조 달러(약 1080조원) 정도 감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중앙은행 주간인 이번 주 예상은 현실로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G4(주요 4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미국·유로존·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양적완화(QE) 축소 또는 조정을 발표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구로다 하루히코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정책회의(MPC) 직후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적완화(QE) 규모도 현재 수준(연간 80조엔)을 유지한다. 겉으론 현상유지다. 하지만 이틀 전인 13일 BOJ는 의미심장한 발표를 했다. BOJ는 “국채 가운데 만기가 3~5년짜리를 연간 3000억엔어치만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매입 규모를 10%(300억엔) 축소한다는 것이다. 가계 신용대출 금리나 주가에 영향이 큰 단기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이 ‘유사 테이퍼링’을 시작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마리오 드라기

한결 분명한 테이퍼링(QE 축소) 움직임은 유로존에서 나타났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올 연말까지만 채권매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QE 규모도 10월부터 줄여나갈 방침이다. QE를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Fed가 2013년 한해 내내 했던 테이퍼링을 ECB는 석달만 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단, ECB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
 
제롬 파월.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합뉴스]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는 13일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0.25%포인트 오른 1.75~2%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실물경제 상황이 아주 활발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마크 카니

마크 카니

G4 중앙은행 가운데 영란은행(BOE)만이 21일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한다. 마크 카니 총재는 21일 통화정책회의에 QE 축소안을 올릴 예정이다. 영국 실물 경제 상황은 QE를 축소하기에 충분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파장을 염려해 여태껏 테이퍼링을 미뤄왔다. BOE마저 테이퍼링에 나서면, G4 중앙은행 모두가 시장에 ‘QE 시대 종언’을 시사하는 셈이다.
 
 
아르헨·터키·브라질 통화가치 급락
 
QE시대는 길게 보면 2001년부터 17년까지다. 2001년 BOJ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료테키긴유간와(量的金融緩和)’란 이름으로 자산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QE가 G4 중앙은행의 정책 패션으로 자리잡은 것은 미 Fed가 자산매입에 나선 2008년부터다. 서방 언론이 QE시대를 10년이라고 하는 까닭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QE시대의 종언은 곧 유동성 풍년의 끝이다. 영국 금융회사인 파스나라캐피털은 올해 초 G4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이나 QE 축소, 조정에 나서면 글로벌 유동성이 1조100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2008~2013년 사이에 QE로 풀어놓은 3조5000억 달러의 28.8% 정도 되는 돈이다. 파스나라는 “G4 중앙은행이 1조 달러 정도를 흡수하면 시장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시장 자금은 1조 달러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미 Fed는 올해 석달마다 자산매각(양적 축소)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올 10월 이후엔 매달 파는 채권 규모가 300억 달러에 이른다. 내년 자산 매각 규모만 360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와중에 ECB가 테이퍼링에 나선다.
 
이미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에선 위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의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 500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Fed 에 따르면 파월 등이 올해 안에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있다. 기존 Fed 내부자들의 전망은 한 차례 더 인상이었다. 미 실물경제 활력과 물가 움직임이 과열 기미마저 보여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취약한 신흥국들의 긴장감이 미국만 긴축했을 때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보면 Fed 말고 영국이나 일본 등 지역별 영향력이 큰 중앙은행의 긴축이 곁들여졌을 때 취약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곤 했다. ‘금융위기의 시대’인 1990년대 처음으로 위기를 겪은 스웨덴은 미국에 이어 독일 분데스방크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91년 위기에 빠졌다.
 
타오동(陶冬) 크레디트스위스(C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금융위기는 일본이 96년 돈줄을 죄는 바람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94년 1월 이후 3년 정도 흐른 뒤에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다.
 
Fed 긴축만으로 90년대 위기를 겪는 나라가 있기는 했다. 바로 멕시코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뉴욕에서 달러 자금을 많이 빌려 썼다. 미 긴축의 충격이 곧바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코픽스 금리 9개월 연속 오름세
 
2018년 글로벌 시장엔 어느 신흥국이 약한 고리인지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새로운 F5’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브앤드푸어스(S&P)가 지난해 말 꼽은 터키·아르헨티나·파키스탄·이집트·카타르다. 이 리스트들을 만든 모리츠 크래머 전 S&P 국가신용평가 대표는 “새로운 F5는 국가 부채 가운데 외채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나라는 외채 규모가 국가채무의 40~60%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은 “Fed가 QE를 중단했지만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본격화한 2016년 이후 유로화 자금을 대거 끌어다 재정적자를 메운 나라(톰슨로이터)”다. G4 중앙은행이 돈 줄을 죄면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국가채무 가운데 외채 비중이 20%를 밑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외국에서 빌린 돈보다 꿔준 돈이 많다. 아르헨티나처럼 QE시대 저금리에 취하지 않았던 셈이다. 대신 자산가격 하락이나 대출금리 상승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국내 코스피는 이틀 연속 내려 15일 2404.04로 마감됐다. 또 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바탕이 되는 코픽스가 0.05% 오른 연 1.83%(5월 말 잔액 기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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