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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 못 먹는데 스테이크 얘기하면 죄’란 말 늘 새겨

[CEO 탐구] 박종욱 ‘로얄 앤 컴퍼니’ 대표
박종욱 대표는 ’욕실은 물과 사람이 만나는 행복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종욱 대표는 ’욕실은 물과 사람이 만나는 행복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로얄 앤 컴퍼니는 세면기·양변기·비데 등 욕실 위생도기 분야에서 대림바스·IS동서와 함께 ‘빅 3’로 꼽히는 전문생산업체다. 1980년부터 일본 최대 욕실용품 업체인 토토와 기술 제휴를 맺고 ‘로얄토토’란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던 이 회사는 2008년 제휴 관계를 끝내고 지금의 회사 이름으로 바꿔 홀로서기에 나섰다.
 
박종욱 대표이사(55)는 창업주 박신규 회장(90)의 외동아들로 가업을 이어받아 19년째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2세 경영인이다. 박 대표는 “욕실을 단순한 기능적 공간에서 사람과 물이 만나는 행복한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로열 앤 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1970년 수도꼭지를 만드는 로얄금속으로 창업한 이후 국내 주택 경기 활성화에 맞춰 욕실용품 업체로 발전했다.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하나의 손잡이로 냉·온수를 섞어 온도를 조절하는 싱글 레버 수도나 손을 대면 물이 나오는 자동식 수도, 젖은 손을 바람으로 말리는 에어 타월 등은 모두 우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토토와 결별하고 독자 브랜드로 나서면서 욕실을 복합 문화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특화해 나가고 있다.”
 
 
욕조에서 환풍기까지 종합 플랫폼 구축
 
양변기나 비데가 어떻게 문화와 연결되나.
“욕실을 좁은 공간이지만 씻고 배설하는 기능보다 릴랙스, 힐링하는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욕실용품도 이제 누가 더 싸게 만드나 하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가치 경쟁으로 바뀌어야 할 때다. 건설회사나 대리점에만 맡겨놓지 말고 생산업체가 문화·예술 등 감성적 가치를 담은 제품들을 개발해서 소비자와 직접 교감해야 한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이 회사 공장은 문화 복합 공간이라는 개념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규모인 공장 곳곳에는 생산 시설 외에 야외음악당, 갤러리, 국제 규격의 실내 체육관은 물론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으로 활용되는 아트 하우스까지 갖추고 있다. 공장 로비 등에 1억원을 호가하는 성동훈 작가의 금속공예품 ‘코뿔소의 가짜왕국’ 등 국내 유명 미술가들의 조각·회화 등 미술품 100여 점이 자유롭게 전시돼있어 마치 야외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공장을 특이하게 꾸며놓은 이유는.
“이렇게 공장을 지은 것은 싼 인건비를 찾아 다들 동남아로 떠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내 생산 거점을 고수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2006년 서울 강남에 생산제품과 예술품 전시를 겸한 갤러리 로얄에 이어 화성 공장에 문화 공간을 마련한 것은 소비자와 편하게 교감할 수 있는 문화 마케팅의 일환이다. 누구나 찾아와서 우리 제품을 보면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동남아 안 간건 국내 생산 거점 고수 의지
 
과한 투자라는 지적도 있었을 텐데.
“공장 조성에만 건설비 1500억원을 비롯해 총 3000억원이 들어갔다. 한 해 매출에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공장 짓는 데 이렇게 투자하는 것이 무모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저임금 국가로 공장을 옮겨 가격경쟁에서 몇 년 더 버틴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 제2의 창업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이 공장에 녹아있다고 봐달라.”
 
박 대표는 부친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경영 수업을 받던 어느 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더란다. ‘니 혼자 여유가 있어서 스테이크 먹는 건 잘못이 아니지만, 라면도 못 챙겨 먹는 사람 앞에서 스테이크 이야기 하면 죄를 짓는 것이야.’  
 
2세 경영인일수록 현장 직원과 동떨어진 언행을 경계하라는 그 말을 지금까지 항상 명심하고 있다.
 
향후 경영 계획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가치 경쟁을 위해 문화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그려진 욕실비누 접시 하나만 봐도 소비자들의 눈길이 달라진다. 마치 한정판 예술품을 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더라. 단순한 기능성 제품에서 벗어나 문화적인 가치를 담은 제품을 생산해 욕실이라는 공간에서 소비자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만져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바라는 목표가 있다면.
“욕실 제품을 하나씩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욕실 공간을 한 번에 갖춰서 제공하고 싶다. 로얄 갤러리와 공장에다 우리 회사 제품뿐만 아니라 중소 생산업체 제품 1만여 점을 전시해 판매하는 아웃렛을 갖춰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이 공간을 욕실용품뿐 아니라 욕조·타일·천장재·환풍기 등 다양한 욕실제품을 한데 모은 종합 플랫폼으로 구축해나가는 게 목표다. 우리 제품도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이 담긴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 나오면 상장 검토
 
계열사가 6개나 되는 중견 기업인데도 아직 비상장 기업이다.
“지금까지 금융 비용 부담을 느껴 본 적이 없어 자금조달을 위한 상장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상장하면 CEO가 기업의 본질적인 경영 외에 생각을 투자해야 할 곳이 너무 많더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면 검토해보려 한다.” (로열 앤 컴퍼니는 중견기업으로는 드물게 금융기관 차입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다고 평이 나 있다.)
 
하루 중 의미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
“CEO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일이 시작된다. 어차피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날은 일어나서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고 방향을 잡은 뒤에 출근한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모두가 행복과 성공을 원하지만, 그것은 그때까지 고생했던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골치 아프다고 그 과정을 외면하지 말고 매사에 항상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라.”
 
[글씨로 본 이 사람] 강단 있으나 융통성이 있는 성격
박종욱 대표의 글씨

박종욱 대표의 글씨

박종욱 대표의 글씨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필획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게 특징이다. 필적 분석 전문가 구본진 변호사는 “성격이 밝고, 온화하며, 유연성과 융통성이 있는 사람들에서 많이 보이는 글체”라고 설명했다. ‘ㅎ’자의 꼭지가 긴 것은 최고가 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며, 글씨의 각진 부분이 가끔 드러나는 것은 유약하지 않고 강단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口’자의 오른쪽 위가 모가 나지 않고, 마지막 부분을 굳게 닫는 것은 큰 부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게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ㅁ’의 굳게 닫힌 마지막 부분은 절약, 완성, 빈틈없음을 의미하며, ‘ㅡ’자의 마지막 부분이 휘어지는 것은 굳센 의지와 인내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종욱 대표
●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1986 로얄토토사 입사 ●1989 영업과장   
●1994 기획이사 ●1999 대표이사 사장

 
홍병기 선임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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