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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와 미국 정신의 분열

[책 속으로] 김사과의 맨해튼 리얼리티 
Win Bigly (크게 이기는 법)

Win Bigly (크게 이기는 법)

존 포드 감독의 1962년 영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동부 유력 정치인 스토다드가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부의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품있는 중년 부부와 소도시의 초라한 장례식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의문을 표하는 기자에게 스토다드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으며 영화는 25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의 작은 마을 신본으로 온 신참내기 변호사 스토다드는 이상주의자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한편,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글을 가르치며 거친 개척촌을 문명화시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톰 도니폰, 도니폰이 짝사랑하는 할리와 친해지게 된다. 처음 신본으로 올 때 강도를 만난 스토다드는 도니폰의 도움을 받았다. 그 강도는 악명 높은 리버티 밸런스로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한다. 톰 도니폰만이 예외다.
 
전형적인 악당 리버티 밸런스와 비교하여 톰 도니폰은 단순히 선인이라고 하기 힘든 모호한 존재이다. 그는 선량한 마을 사람들의 편에 서 있기는 하지만 그가 악당에 맞서기 위해 택하는 수단은 총으로 상징되는 힘이다. 어쩌면 리버티 밸런스와 그는 같은 종류의 인물이다. 오직 힘을 믿고, 힘에 의지한다. 하여 그 두 사람은 스토다드가 마을 사람들을 개화시키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비웃고 방해한다. 하지만 이죽거리면서도 한편 호감을 품고 스토다드를 대하는 도니폰에 비해 리버티 밸런스는 그의 꿈을 완전히 짓밟고자 하는 적이다. 그가 행하는 폭력과 그에 순응된 마을 분위기에 절망한 스토다드는 결국 자신이 가장 반대하는 수단, 총으로 맞서기로 한다. 초짜 변호사와 세기의 악당과의 대결의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토다드가 쏜 총에 리버티 밸런스가 죽는다.
 
스토다드는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을 쏴 죽였다는 죄책감에 짓눌린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는데 그런 그에게 도니폰이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 날 밤, 결투장소에 있었노라고. 리버티 밸런스를 쏜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우여곡절 끝에 스토다드는 정치에 투신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최후의 악당을 처치한 영웅이라는 전설과 함께. 할리가 스토다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도니폰은 그녀 또한 그와 함께 떠나보낸다. 진짜 영웅은 그렇게 쓸쓸히 잊힌다.
 
존 포드의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걸작이 된 이 영화는 최후의 서부극이라 불린다. 미국이 서부의 야만에서 동부의 문명으로 전환되는 시대에 관한 전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시대와 별 관련이 없다. 이것은 미국정신의 핵심적 분열에 대한 이야기다.
 
총과 힘의 도니폰은 전통적인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미국을 상징한다. 반대로 동부에서 온 변호사 스토다드는 이상주의적 진보세력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스토다드가 늘어놓는 아름다운 비전, 선한 의지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 세계는 힘이 없다. 그 유약한 세계는 톰 도니폰으로 상징되는, 무법적 폭력을 통해서만이 유지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도니폰과 스토다드의 관계다. 총을 쏜 것은 도니폰이라는 진실은 오직 둘만이 공유한다. 둘은 공범이 된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가? 정의가 승리한다는 신화, 미국이라는 신기루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톰 도니폰에게는 힘이 있지만, 추하다. 스토다드는 매력적이지만, 무력하다. 하지만 둘이 함께한다면?
 
만화 ‘딜버트’ 시리즈로 유명한 스콧 아담스는 에세이집 『Win Bigly(크게 이기는 법)』에서 2016년 대선 정국 당시 반으로 쪼개진 미국의 현실을 경험했노라 고백한다. 트럼프와 힐러리 두 진영으로 양분되었던 미국은 진정 두 개의 다른 나라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간 숨겨져 있던 미국의 맨 얼굴이 아닐가? 힘과 이상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세계가 기묘한 방식으로 동거하는 것이 이 나라의 분열증적 존재양식이자 최고의 저력이다.
 
영화에서 도니폰은 죽고, 비밀은 전설을 위해 묻힌다. 스토다드는 영웅으로 남는다. 감동적인 결말이다. 하지만 영화와 다르게 요즘 미국 현실의 도니폰들과 스토다드들은 원수지간으로 보인다. 그들은 진정 서로를 미워하는 것일까? 미국이라는 위대한 환상에 대한 열정이 고갈된 것일까?
 
김사과 소설가 sogreenapple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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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