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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18세기 한양, 골목마다 술집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18세기 도시

18세기 도시

18세기 도시
정병설·김수영·주경철 외 지음 
문학동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진기한 물품을 이토록 쉽게 구할 수 있는 곳, 이토록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세계에 어디 또 있겠는가?”(12쪽)
 
자본주의 경제와 부르주아 문화가 일찍 꽃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대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찬탄이다.
 
“하루 종일 광장과 물가에서, 곤돌라나 궁전 안에서 사고파는 사람, 거지, 배꾼, 이웃 여자, 변호사와 그 상대자 같은 모든 사람이 생활하고, 활동하고, 정색하고, 이야기하고….”(165쪽)
 
1786년 약 17일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렀던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발견한 도시의 모습이다.
 
“지금은 골목이고 거리고 술집 깃발이 서로 이어져 거의 집집마다 주모요 가가호호 술집입니다 (…) 입에 맞고 배를 채울 먹을거리의 절반을 아침저녁 술안주로 운반해 보냅니다.”(306쪽)
 
조선 정조 때 문신 이면승이 한양의 술집 현황을 묘사한 글이다.
 
지금부터 3세기 전인 18세기, 세계 여러 도시의 모습을 소개하는 책이다.
 
암스테르담 자본주의의 발달은 청어 가공업에서 비롯됐다. 암스테르담의 청어 어시장 풍경. [사진 문학동네]

암스테르담 자본주의의 발달은 청어 가공업에서 비롯됐다. 암스테르담의 청어 어시장 풍경. [사진 문학동네]

왜 18세기일까. 그리고 왜 도시일까. 25인의 공저자를 대표해 정병설 교수(서울대 국어국문학)는 “18세기는 현대적 도시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동아시아는 정치적 안정 속에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산업과 경제의 성장이 도시의 발전을 추동했으니, 18세기는 현대적 도시화가 시작된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1701년부터 1800년까지 이어진 18세기의 지구촌은 격변의 현장이다. 유럽에서는 절대왕정이 무너지면서 입헌군주정이 자리 잡아간다.  
 
그 와중에 미국 독립전쟁(1775년)과 프랑스 혁명(1789년) 등 세계 곳곳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난다.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은 뉴질랜드(1769년), 호주(1770년)에 도착하고, 제임스 와트가 첫 상업용 증기기관 제품을 선보인다(1776년). 또 이 기간 중국(청나라)은 강희제-옹정제-건륭제로 이어지는 치세의 시기이고, 한국(조선) 역시 영조-정조 전성기다. 일본도 에도막부의 통치 아래 안정기를 보낸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됐는데, 서유럽(1, 2부)에서 출발해, 유럽의 주변부와 북아메리카(3부)와 아시아(4부)를 거쳐, 한국(5부)으로 끝맺는다. 동서양과 한국까지 망라하는 흔치 않은 구성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모든 도시를 비슷한 접근법과 층위에서 다루지 못한다. 해당 도시 저자의 전공 분야에 따라 글의 결이 아주 다르다.
 
예컨대 암스테르담과 베르사유, 베네치아는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빈은 토목 건축학에 입각해서, 파리(루브르)는 미술비평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저자 중 가장 많은 어문학 전공자들은 문헌이나 문학작품 속에 그려진 모습을 주로 전한다. 그 때문에 어떤 도시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어떤 도시 이야기는 다소 딱딱한 학술 논문을 읽는 느낌이다.
 
이 책을 “옛 도시 구도심에 내려 천천히 시내를 걸어 다니다가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자세로 읽어달라”는 게 저자(정병설 교수)의 당부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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