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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당 해체 각오하고 다 버려야 산다

김순례·김성태·성일종·이은권·정종섭 의원 등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5명이 15일 당 중진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계 은퇴 촉구대상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지난 10년간 보수 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로만 규정했다. 도대체 10년 동안 보수 정치를 망친 중진이라면 누구를 말하는가. 이런 절명의 순간에 무슨 수수께끼 놀음이라도 하자고 국민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는 말인가.
 
어찌 보면 이번 기자회견 자체가 식물정당 한국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선거사에 기록될만한 대패를 겪은 정당에서 이들의 회견전까지 총대를 메고 “내 탓”이라고 나서는 중진의원 한명 없었다.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등 떠미는 이가 먼저 나오는 것이다.
 
사실 10년의 책임 운운하면서 허공을 향해 빈총 쏘듯 한 한국당 초선의원들도 별로 할 말이 많은 처지는 아니다. 한국당에는 초선의원이 42명이나 된다. 지난 2년간 42명이 한 일이 도대체 뭔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가 막말로 표를 쫓아내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데도 누가 하나 쓴소리하면서 나서는 이 없이 방관했다. 아직도 자신이 여당 의원인 줄 착각한 채로 적당히 관료화되어 웰빙정당 체질만 강화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중진부터 초선까지 기득권·관료화되어 있는 한국당과 여당을 비교해보면 오늘의 상황은 예견된 것일 수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랐다. 새 인재 영입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중 한 명이 이번에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최재성 의원이다. 공천 때는 노영민 현 주중대사 같은 친문계 핵심인사부터 유인태 전 의원 같은 중진들을 가차 없이 컷오프시켰다. 할 말이 없지 않았을 테지만 유 전 의원 등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호철·양정철씨 등은 공직을 사양한 채 지금도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지금의 야당처럼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민주당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생살을 파내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전국 선거에서 연승하고 있다.
 
한국당에선 초선의원들의 회견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6선의 김무성 의원과 초선 윤상직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냥 불출마를 선언해선 의미가 없다. 총선 불출마를 선제적으로 선언한 사람 중에 당과 보수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의총에선 당 해체론도 나왔다고 한다. 당 해체도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당을 해체했다가 아무리 재건축·리모델링을 한다고 해도 근본 체질이 바뀌지 않았다면 국민은 ‘도로한국당’이라고 볼 것이다. 트럼프·김정은이 만나는 상황인데도 색깔론 수준의 인식에 머물러온 과거를 반성하고, 보수의 새로운 갈 길을 놓고 뼈를 깎는 고통 속에 토론해야 한다.
 
당의 체질을 바꾼다면 해체론은 야권 통합 논의로 발전할 수 있다. 야권이 통합한 상태였다고 해도 이번에는 참패를 면하진 못했겠지만,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같이 야권 분열로 내준 상징적인 지역이 적지 않다. 한국당은 당 해체 수준으로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실천은 빠를수록 좋다. 다 던져버려야만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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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