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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 요금 전망대 오른 김정은 '원산 야경 팔수 있갔구나'

싱가포르의 김정은이 본 것은…김정은 동선을 추적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지난 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지난 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연합뉴스]

56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서방 국가에 머문 시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한 첫 번째 서방 국가 외유였다. (2018년 6월 10일 오후 2시 43분)
 
앞서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보잉사가 제작한 747-400기에 몸을 실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공한 항공기(747-4J6)에는 오성홍기가 그려져 있었다. 미국과 중국, G2 국가가 동시에 그의 서방 나들이를 도운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싱가포르통신정보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싱가포르통신정보부

세기적인 담판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돌발’ 관광을 했다. 회담을 11시간 앞둔 11일 싱가포르 시내 투어를 했다. 여유를 부린 것인지, 절박한 상황에서도 꼭 봐야 하는 무엇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담 당일 발표된 공동선언문만 보면 시내 투어는 김 위원장의 여유를 반증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양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 “북한 체제의 안전 약속”을 얻어냈다. 이는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이어지는 3대(代)가 염원했던 사업이다.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회담에서 숙원사업의 윤곽이 나오자 여유가 생겨 머리를 식혔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독재국가라는 이유로 ‘백 북한’(white North Korea)이라는 별칭까지 가졌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3000달러에 달하는 싱가포르를 수행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스위스에서 4년간 유학 생활을 한 그가 북한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의 의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본 것을 추적해 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사용한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전경.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숙소로 사용한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전경. 뉴스1

①세인트레지스 호텔
김 위원장은하룻밤에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00만원) 짜리 프레지덴셜룸(20층)에서 이틀간 묵었다. 룸에는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어 밖에 나오지 않고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11일 오후 호텔 주변은 평온했다. 회담 전호텔을 둘러싸고 정상회담 실무 협상차 외출하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탑승했던 차량조차 검문했던 경찰은 없었다. 호텔 측은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기자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작지만 고풍스럽고, 격조 있는 호텔 로비에서부터 터 20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고급스런 엘리베이터 안에서 북한의 고려호텔을 떠올렸을 지 모른다. 
싱가포르 이스타나궁 정문.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이스타나궁 정문. 사진=연합뉴스

②이스타나궁
싱가포르의 청와대라고 할 수 있는 리젠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의 궁이다.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사방이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우거진 수목 속의 궁궐에서 김 위원장은 해외 무역으로 돈을 버는 북한의 미래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인도양과 태평양 가운데서 교역으로 돈을 번 싱가포르처럼 북한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상업 국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경비원이 호텔 입구에서부터 통제하고 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경비원이 호텔 입구에서부터 통제하고 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③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
12일 오후 1시. 김 위원장은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하고 짧은 산책을 했다. 하루가 지난 13일 같은 시간에 기자가 호텔을 찾았다. 전날 깔렸던 경찰력은 흔적조차 없었지만, 호텔 건물까지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들이 큰 도로 입구에서부터 차량과 사람의 접근을 막았다. 이 관계자는 “큰 행사(정상회담)가 있어서 정리 중이다. 15일까지 호텔의 모든 시설이 문을 닫는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평양의 카펠라 호텔은 어디가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으로 이동하는 다리 위에 천막이 설치돼 있다. 정상회담이 열린 12일에는 여기서 경찰들이 도로를 차단하고 검문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싱가포르 센토사섬으로 이동하는 다리 위에 천막이 설치돼 있다. 정상회담이 열린 12일에는 여기서 경찰들이 도로를 차단하고 검문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로 향하는 로비. 평소 이곳은 '바'로 이동하는 승강기지만 호텔측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11일 바와 전망대를 폐쇄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로 향하는 로비. 평소 이곳은 '바'로 이동하는 승강기지만 호텔측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11일 바와 전망대를 폐쇄했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④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11일 오후 9시 50분 김 위원장은 마리나 베이 샌즈 전망대(sky park)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이곳 방문이 투어의 하이라이트였을 것이다. 그가 방문했던 시간에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에 가려면 호텔 지하 1층으로 이동해 23싱가포르달러(약 2만원)짜리 입장권을 구매하고 56층까지 가야 한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로 향하는 승강기 이용 티켓. 김 위원장일행은 무료였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로 향하는 승강기 이용 티켓. 김 위원장일행은 무료였다.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김 위원장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 위원장을 위해 호텔 측은 1층에서 운영하는 바와 전망대, 전망대 레스토랑의 운영을 중단했다. 56층 전망대까지 걸린 시간은 45초. 승강기가 올라가는 동안 바깥은 보이지 않았다. 200m를 오르는 동안 45초가 걸렸다. 초속 4.44m의 상승에 귀가 먹먹해졌다. 이 순간 김 위원장은 ‘원산 야경을 20달러에 보여줄 수 있같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⑤전망대
고공의 아찔함을 느끼기도 전에 싱가포르 야경이 숨막히게 다가왔다. 섭씨 30도에 가까운 열대야에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건물 하나하나에서 내뿜는 불빛과 외부 장식, 환한 가로등 아래서 줄지어 달려나가는 자동차들은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호텔 인근의 식물원(야간 개장)과 싱가포르의 상징인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 대관람차), F1 경기장, 콘서트장에 설치된 야경은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야경. 싱가포르=정용수 기자

북한은 올해 신도시인 여명 거리를 건설했다. 과거에 찾기 어려웠던 야간 스카이라인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보다 두배 높은 류경호텔에도 전망대를 만들어 볼까?’ 김 위원장과 그를 수행한 북한 지휘부들은 싱가포르의 전망대에서 북한의 야경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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