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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숲길이 묘하게 짝 이룬 서울대공원 둘레길

기자
김순근 사진 김순근
[더,오래] 김순근의 간이역(25)
둘레길 내내 울창한 나무둘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사진 김순근]

둘레길 내내 울창한 나무둘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사진 김순근]

 
숲을 찾는 계절이다. 햇볕을 가려주는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은 더위도 식히면서 수목이 방출해내는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 등 숲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원으로 알고 있는 서울대공원에 약 8km의 숲속 둘레길이 있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은 대개 그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숨은 명소다.
 
1998년에 개봉한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가 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남녀가 만나 연애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미술관과 동물원은 서로 이웃하기엔 어색한 시설이다. 그래서 영화 속 서로 다른 취향의 남녀가 연애에 성공하기가 그만큼 힘들었다.


‘미술관 옆 동물원’ vs ‘동물원 옆 둘레길’
대부분 평탄한 흙길이어서 맨발로도 걸을수 있다. [사진 김순근]

대부분 평탄한 흙길이어서 맨발로도 걸을수 있다. [사진 김순근]

 
‘동물원 옆 둘레길’도 비슷하다. 서로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숲속 둘레길이 서울대공원 안에 있어 더욱 그렇다. 동물원 이용객은 등산복 차림의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둘레길 이용객 역시 동물원 시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곧장 숲으로 향한다.
 
그러나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결국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성공하듯 동물원과 둘레길 또한 서로에 관심을 보이면 상호 보완적인 시설임을 알게 된다.
 
서울대공원 숲속 둘레길은 동물원 뒤편 산림욕장에 조성돼 있다. 대공원 정문에 들어서면 동물원을 감싸고 있는 청계산 자락이 보이는데 이 산자락 3~4부 능선 지점을 약 8km 길이로 구불구불 가로지르는 코스다. 서울대공원에 이처럼 긴 둘레길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더구나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노약자도 다닐수 있을정도로 장애가 없는 평이한 길이다. [사진 김순근]

노약자도 다닐수 있을정도로 장애가 없는 평이한 길이다. [사진 김순근]

 
10분 정도로 짧은 구간이지만, 둘레길로 가는 길에 전망 좋은 호반 길을 덤으로 걸을 수 있다. 단 정문 앞까지 편하게 가는 코끼리 열차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내려 호수를 끼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리가 시작되는 직전 오른쪽 길옆에 ‘호숫가 전망 좋은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의 번잡함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호젓한 호반 오솔길이 나온다.
 
서울대공원 정문으로 가는 우회길인 전망좋은 호숫가길. [사진 김순근]

서울대공원 정문으로 가는 우회길인 전망좋은 호숫가길. [사진 김순근]

 
물속에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과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오솔길 옆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고 평화롭다. 이처럼 짧지만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호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서울대공원 정문으로 이어진다.
 
둘레길은 서울대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좌우 두 곳에(왼쪽 북문, 오른쪽 호주관)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안내표지는 ‘산림욕장’으로 돼 있다. 삼림욕장 입구는 높은 철제문이 설치돼 있다. 둘레길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인데, 아무튼 쪽문을 밀고 들어가면 동물원 영역을 벗어나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둘레길은 등고선을 따라 거의 비슷한 높이로 조성돼 있어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오솔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숲에는 소나무, 밤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나무가 우거져 있고 소쩍새, 청딱따구리 등 35종 새들의 지저귐이 더해져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온 느낌이다.
 
숲이 무성한 둘레길. [사진 김순근]

숲이 무성한 둘레길. [사진 김순근]

 
이름 모를 꽃에서 뿜어나오는 향이 기분 좋게 스쳐 지나가고, 깊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속으로 피톤치드가 쑥쑥 들어오는 듯 기분이 상쾌해 몸이 호강하는 기분이 든다.
 
또 숲길은 대부분 흙길로 돼 있어 발도 호강한다. 둘레길에는 ‘생각하는 숲’ ‘얼음골 숲’ 등 11개의 테마로 설치된 휴식공간이 있다. ‘생각하는 숲’ 부근 450m 구간은 황토가 깔려 있어 흙의 감촉을 느끼며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
 
숲속에 머물다 둘레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철제문의 쪽문을 열고 동물원 영역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끌벅적한 소리에 마치 세속을 벗어나 있다 다시 속세로 들어선 듯 묘한 느낌이 든다.


속세에서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는 문
청계산 자락에 조성된 둘레길은 7.25km거리로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 김순근]

청계산 자락에 조성된 둘레길은 7.25km거리로 길게 이어져 있다. [사진 김순근]

 
약 8km의 둘레길을 종주하는 데는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평탄한 길이기에 이 정도 걸리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거리인 만큼 체력에 맞게 도보여행하는 게 좋다.
 
크게 네 구간으로 구분되는 둘레길에는 세 곳의 샛길(남미관 샛길, 저수지 샛길, 맹수사 샛길)이 있어 도중에 동물원 쪽으로 내려갈 수 있고 또 동물원 쪽에서 샛길을 통해 둘레길로 올라가 30분 정도 짧은 구간을 걸어볼 수 있다.
 
둘레길 곳곳에 샛길이 있어 체력에 맞게 트레킹을 한뒤 동물원쪽으로 하산할수 있다. [사진 김순근]

둘레길 곳곳에 샛길이 있어 체력에 맞게 트레킹을 한뒤 동물원쪽으로 하산할수 있다. [사진 김순근]

 
삼림욕장에 조성된 둘레길인 만큼 삼림욕 효과를 많이 보는 시간대에 찾는 게 효과적이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보통 오전 10시에서 정오까지 가장 많이 발산된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 내리면 된다. 둘레길이 대공원 안에 있어 입장료(성인 5000원)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왕복 지하철 운임을 포함해도 1만원 정도면 서울대공원 숲속 둘레길에서 즐겁고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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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