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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현장 관전기-타이거 우즈의 우울한 하루

우즈가 1번홀에서 더블보기 퍼트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AP /Julio Cortez=연합뉴스]

우즈가 1번홀에서 더블보기 퍼트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AP /Julio Cortez=연합뉴스]

 US오픈 개막 전날인 13일(현지시간) 저녁 빗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연습한 선수는 43세의 노장 타이거 우즈였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메이저 대회는 2008년 US오픈이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최근 몇 년 간 부상으로 고생한 우즈는 US오픈엔 3년 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요트인 프라이버시 호에서 묶고 12시 쯤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 나타나 몸을 풀었다. 그는 연한 회색 모자에 같은 색의 바지를 입었다. 셔츠는 모자와 바지 보다 짙은 회색이었다.  
 
우즈는 쇼트게임 연습장으로 이동하다가 로리 매킬로이를 만나 눈인사를 건넸다. 오전조로 경기를 마친 매킬로이는 목례로 답은 했지만 10오버파를 치고 들어오는 터였기 때문인지 그리 정겨운 표정은 아니었다.  
 
뉴욕시 쪽에서 부는 바람은 꽤 강했다. 우즈가 벙커샷을 할 때 모래가 심하게 날렸다. 햇살은 강했고 바람은 거세, 건조한 바람이 그린을 바짝 말리고 있었다. 골퍼에게는 길고 고된 하루가 될 것이라는 예고다.    
1번 홀 우즈를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든 갤러리들. [Warren Little/Getty Images=연합뉴스]

1번 홀 우즈를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든 갤러리들. [Warren Little/Getty Images=연합뉴스]

우즈가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갔을 때 관중들이 10겹으로 둘러쌓다. 바람에 USGA의 깃발들이 힘차게 펄럭였다. 나무로 만든 푯말도 조금씩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  

 
우즈는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랭킹 2위 저스틴 토머스와 한 조로 티샷을 했다. 그러나 관중들은 랭킹 1, 2위 선수는 보이지도 않는 듯 우즈를 응원했다. 우즈 조에는 TV카메라만 8개가 쫓아다녔다. 스틸 사진기자는 20명쯤 됐다. 우즈의 소개를 할 때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세 선수는 모두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고 모두 페어웨이에 공을 보냈다. 우즈는 페어웨이 한가운데에서 그린을 향해 낮은 탄도의 스팅어샷을 날렸다. 아쉽게도 공은 포대 그린을 넘어 굴러 내려가 버렸다. 그는 원망의 눈초리로 하늘을 한참 바라본 후 고개를 푹 숙였다.  
 
핀은 그린 뒤쪽에 바짝 붙어 있었다. 홀에 붙이려면 모험을 해야 한다. 우즈는 웨지의 페이스를 확 열고 공을 높이 띄워 좁은 공간을 겨냥했다. 공은 완벽한 지점에 떨어지는 듯 했으나 한 뼘 정도가 짧았다. 경사지에서 다시 굴러 내려왔다. 우즈는 웨지를 발로 툭 찼다. 그 동안 카메라맨들이 새 자리를 잡으려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1번 홀 그린 뒤에서 퍼트를 하고 있는 우즈. 공은 다시 굴러내려왔다. [EPA=연합뉴스]

1번 홀 그린 뒤에서 퍼트를 하고 있는 우즈. 공은 다시 굴러내려왔다. [EPA=연합뉴스]

이번에 우즈는 퍼터를 들었다. 거리감을 느끼기 위해 홀을 바라보면서 퍼터를 몇차례 흔들어봤다. 동반자들은 칩샷을 핀에 딱 붙여 파세이브를 해냈다. 반면 우즈의 공은 언덕을 완전히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굴러 내려왔다. 우즈는 다음 샷은 그린에 올렸지만 퍼트로 한 번에 끝내지 못했다. 5온 2퍼트로 트리플 보기가 나왔다.  
 
우즈는 2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 무언가를 생각했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절뚝거리는 다리로, 첫 홀 더블 보기를 하고도 우승했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는 1라운드 전반 9홀에서 4오버파를 치고도 결국 12타 차로 압승했다. 우즈는 그런 화려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즈는 2번 홀에서도 그린을 넘겨 보기를 했다. 갤러리들은 우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처럼 “타이거”를 외쳐댔다. 한 명이 타이거를 외치면 마치 메아리처럼 다른 사람들도 타이거를 불러댔다. 
 
“타이거 잊어버려”, “잘 해라 타이거” 같은 응원도 있었지만, “너 돈 많지” 같은 비아냥조의 얘기도 나왔다. 우즈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3번 홀로 걸어갔다.  
 
3번 홀에서 우즈는 두 장타자 보다 멀리 공을 쳤다. 우즈의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이후 그린 옆 관중석에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린을 살짝 지난 지점이었다. 버디 찬스를 기대했던 우즈는 공의 위치를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버디 퍼트는 짧았다. 
 
4번 홀 우즈는 페어웨이 벙커 경사지에서 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을 치자마자 “get down(내려와), down, down, down” 이라고 애절하게 외쳤다. 공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그린을 넘어갔다. 이번엔 칩샷을 홀 옆에 붙여 파를 했다. 파 5인 5번 홀에서는 티샷을 가장 잘 쳤고 그린 주위까지 보내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이후 지루한 파 행진이었다. 9번 홀 페어웨이에서 “우즈는 더 이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한 여성 관중의 속삭임이 귀에 꽂혔다. 
 
대회가 열리는 시네콕힐스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그린은 아주 작고 대부분 포대그린이다. US오픈을 개최하면서 전장은 7440야드(파 70)까지 늘려놨는데 그린이 작아 선수들이 애를 먹는다. 공을 떨어뜨려야 할 곳이 아주 좁다. 10번 홀에서 동반자인 저스틴 토머스가 온탕 냉탕을 경험했다. 토머스는 우즈처럼 5번만에 그린에 올라갔지만 1퍼트, 더블보기로 막아냈다.  
 
파 3인 11번 홀은 159야드로 아주 짧지만 그린이 높은 곳에 있고 손바닥 만큼 작다. 우즈는 티샷은 바람에 밀려 벙커에 빠졌다. 우즈는 파퍼트를 짧게 쳤다. 우즈는 13번홀에서 10m가 약간 넘는 버디 퍼트를 홀 2m 정도에 붙였는데 이후 3번 만에 홀아웃했다. 4퍼트 더블보기를 했다. 
 
우즈는 다음 홀에서 티샷 슬라이스를 내면서 깊은 러프에 보냈다. 다음 샷은 훅이 나 또 깊은 러프에 가고 다음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전홀엔 2온 4퍼트였는데 이번엔 4온 2퍼트로 또 더블보기가 나왔다.  
 
그린에서 그린을 읽고 있는 타이거 우즈. 우즈는 이날 13번홀 4퍼트를 포함, **개의 퍼트를 했다. [Ross Kinnaird/Getty Images=연합뉴스]

그린에서 그린을 읽고 있는 타이거 우즈. 우즈는 이날 13번홀 4퍼트를 포함, **개의 퍼트를 했다. [Ross Kinnaird/Getty Images=연합뉴스]

우즈가 경기를 마칠 때쯤 대서양쪽에서 구름이 몰려왔다. 하늘은 우즈의 회색 의상처럼 우울했다. 우즈는 더스틴 존슨 등 1언더파 공동 선두와 9타 차가 나는 8오버파 공동 102위로 경기를 마쳤다. 버디 1개에 보기 2개, 더블보기 2개와 트리플보기 1개였다. 
 
우즈의 우승 꿈은 사실상 사라졌다. 2라운드에서 순위를 확 올리지 못하면 롱아일랜드에 정박한 우즈의 요트는 일찌감치 그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로 떠나야 한다.
 
US오픈에서 우즈의 역대 가장 나쁜 스코어는 허리 부상을 숨기고 경기한 2015년 1라운드 80타다. 우즈는 US오픈 평균 타수가 71.5타다.  
 
뉴욕=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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