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강갑생 기자 사진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지하철은 타기 편한데···KTX는 왜 계단 올라야 할까

  '50㎝ 대 113.5㎝.'
 
 장거리 여행 때 주로 타는 일반 열차와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플랫폼 높이를 비교한 수치입니다.  높이 50㎝의 플랫폼은 고속열차인 KTX를 비롯해 ITX-새마을, 무궁화호 등 대부분의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사용하는데요.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아서 '저상(低床) 홈'이라고 부릅니다. 홈은 '플랫폼(platform)'에서 따온 말입니다. 반면 113.5㎝의 전철용 플랫폼은 높다는 의미를 담아 '고상(高床) 홈'으로 칭합니다.  
KTX 산천이 저상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밖으로 돌출된 계단을 이용해 열차에 오른다. [중앙포토]

KTX 산천이 저상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밖으로 돌출된 계단을 이용해 열차에 오른다. [중앙포토]

 철도 역사를 따지면 저상홈이 먼저입니다. 1800년대 열차가 처음 등장하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50㎝~55㎝ 정도의 높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저상홈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지하철역은 고상홈입니다. 
 
 그런데 여객 입장에서는 저상홈에서 일반열차를 타려면 플랫폼과 객실 바닥과의 높이 차이 탓에 계단을 두세 개 이상 올라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요. 특히 노약자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리로 열차가 고상플랫폼에 서있다. 열차 바닥과 플랫폼 높이가 같기 때문에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중앙포토]

누리로 열차가 고상플랫폼에 서있다. 열차 바닥과 플랫폼 높이가 같기 때문에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고상홈은 언제 등장했을까요? 정확한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외국의 대도시권에 통근용 전기철도(전철)가 도입되면서 고상홈이 시작됐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문의한 결과, 영국은 1893년 리버풀 전기철도가 최초 개통했고, 일본 도시철도는 1927년 도쿄에서 첫선을 보였는데요. 아마도 이때 고상홈이 처음 사용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고상홈은 열차 바닥과 플랫폼의 높이가 같기 때문에 승하차가 상대적으로 쉽고 편합니다. 그만큼 타고 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 들어 출퇴근 때 많은 승객을 처리하는데 용이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물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탑승하기에도 훨씬 편리하고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수도권 전철이 개통된 1974년에 고상홈이 처음 선을 보였는데요. 역시나 같은 이유입니다.  
국내에선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고상홈이 처음 등장했다. [중앙포토]

국내에선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고상홈이 처음 등장했다. [중앙포토]

 물론 고상홈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자칫 플랫폼에서 추락이라도 할 경우 높이가 높아 다시 올라오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승강장 밑에 별도 대피 공간을 두거나, 아예 추락을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장점들에 주목해서 고속열차 승강장을 고상홈으로 만들었습니다. 열차 출입문 역시 고상홈에 맞췄고요. 대만이나 일본도 고상홈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상대적으로 장점이 많은 고상홈을 일반열차에까지 확대하지 않을까요? 우선 열차의 구조 때문입니다. 현재 운행 중인 KTX 등 대부분의 열차는 저상홈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승하차용 계단을 장착하고 있는 건데요. 이들 열차는 고상홈에서는 출입문 사용이 어렵습니다. 
KTX 산천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 고상홈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중앙포토]

KTX 산천에 설치되어 있는 계단. 고상홈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중앙포토]

 만약 고상홈을 이용하도록 하려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열차 구조를 모두 바꿔야 합니다. 또 기존 저상홈을 개조해 고상홈으로 만드는 것 역시 비용 문제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상홈이 많은 서유럽에서는 아예 출입문을 크게 낮춘 저상열차를 만들어 운행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저상버스와 비슷한 개념인데요. 하지만 열차 구조상 한량에 출입문을 2개 이상 만들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통근 인구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참고로 국내 지하철은 출입문이 한량에 4개입니다.      
독일에서 개발한 저상열차. 출입문 높이를 저상홈에 맞춰 대폭 낮췄다. [중앙포토]

독일에서 개발한 저상열차. 출입문 높이를 저상홈에 맞춰 대폭 낮췄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도 일반열차 중에 고상홈 전용으로 만든 경우가 있습니다. ITX-청춘인데요. 애초 경춘선 전철노선을 달리기 위해 고상홈 전용으로 출입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서울(용산)~대전 간에 ITX-청춘을 투입할 때 난관이 있었는데요. 정차역 가운데 고상홈이 없는 곳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저상홈 위에 ITX-청춘을 타고 내리기 위한 별도의 계단을 더 만들었습니다. 코레일이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함유된 폐침목을 무단 사용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ITX-청춘 승차하를 위해 별도 계단을 설치한 조치원역. [사진 코레일]

ITX-청춘 승차하를 위해 별도 계단을 설치한 조치원역. [사진 코레일]

 고상홈과 저상홈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열차도 있습니다. 누리로가 그 주인공인데요. 누리로는 현재 서울역과 신창역에서는 고상홈에 정차하고, 나머지 역에서는 저상홈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누리로는 저상홈에 정차할 때는 계단을 노출시켜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중앙포토]

누리로는 저상홈에 정차할 때는 계단을 노출시켜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중앙포토]

 저상홈에서는 출입문 쪽 바닥이 열리면서 그 아래로 계단이 나타납니다. 반면 고상홈에선 바닥을 닫아놓은 채 출입문만 열려서 전철과 마찬가지로 평면으로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2020년께 선을 보일 예정인 시속 250㎞대의 고속차량(EMU)도 누리로 처럼 고상홈과 저상홈 겸용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여러 이유로 상당 기간 동안 저상홈 이용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다만 휠체어용 리프트를 보다 확대하는 등 교통 약자들이 저상홈에서도 열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