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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아름다운 실패에 도전한 그들

박태인 사회부 기자

박태인 사회부 기자

12년 차 기자였던 차윤주(36·여)씨는 6·13 지방선거 때 서울 마포구 구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한해 5600억원에 달하는 마포구 예산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3개월간 동네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고 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 그렇게 돌린 명함이 2만 5000장에 달했다. 차씨는 2068표를 득표해 3등이 됐다. 2위 자유한국당 후보와는 304표 차였다. 2명이 당선하는 선거구라서 고배를 마셨다. 15% 이상 득표로 선거비용 2000만원은 보전받는다.
 
‘당선=성공’이란 도식으로만 보면 그의 도전은 실패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당들 간의 이전투구, 가짜뉴스와 인신공격 등으로 혼탁했던 선거판에서 그의 도전은 신선한 충격파를 몰고 왔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선 ‘차윤주 열풍’이 불었다. ‘뜻깊은 실패’라고 할 만했다.
 
구의원에 무소속 출마했던 우정이, 김정은, 곽승희, 차윤주 후보(왼쪽부터). [사진 구의원프로젝트]

구의원에 무소속 출마했던 우정이, 김정은, 곽승희, 차윤주 후보(왼쪽부터). [사진 구의원프로젝트]

공약을 뜯어보니 매우 상식적이다.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 ‘동네 일식집에서 의정활동비를 쓰지 않겠다’는 식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기존 정치인들의 관행과 오버랩되면서 명쾌하게 다가온다. 차씨만이 아니다. 잡지 편집자 곽승희(31)·국제통역사 우정이(39)·학원 강사 김정은(38) 씨도 각기 다른 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30대 여성 정치 초년생들의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였다.
 
서울 금천구에 출마한 곽씨는 ‘무공해 선거운동’을 표방했다. 유세차량을 쓰거나 문자폭탄을 보내지 않았다. 말하기보다 듣는 유세를 한다며 사람들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네 후보가 얻은 표는 총 6610표. 수십~수백표로 당락이 갈리는 구의원 선거에서 절대 작지 않은 숫자다.
 
지역 주민들이 표를 준 이유는 뭘까. 상식적인 공약과 때 묻지 않은 선거운동에 답이 있다. 기성 정치인들이 주민 상식과는 괴리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는 방증이다. 구의회에 입성하면 시의회 입성 생각, 시의원이 되면 중앙 정치 무대 진출에 혈안인 기초의원들이 비일비재하다. 당적을 가진 기초의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구 살림 챙기기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 변질하는 사례도 넘쳐난다. 선거는 끝났고 차씨 등 4명의 청년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4년 후 이들이 재도전할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기성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묵직하다. 선거 기간에만 민심 탐방에 나서는 정치인, 그 모습을 답습한 기초의원에게 유권자가 더는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만으로도 이들의 도전은 아름답다.
 
박태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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