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북 비핵화 시나리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지만, 아직 그 성과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직감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했다는 말 외엔 판단 근거가 없다. 김 위원장의 확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결정해야 할 연합훈련을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중단하겠다는 큰 선물을 줬다. 자칫 안보 위기를 맞을 수도 있지만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완전 검증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큰소리를 치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왜 바뀌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1단계 핵무장을 마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본 나가사키대 핵무기근절연구센터는 지난 13일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를 10∼20발로 발표했다. 지난해 한·미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무장은 미완의 상태였다. 그러던 북한이 지난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6개월가량 걸려 실험 결과를 분석해 정교한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겨울 평창 올림픽 기간에 실제 사용이 가능한 핵탄두를 집중적으로 생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마음먹기에 따라 핵탄두를 100발까지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장을 폐쇄한다고 했지만 몇 달이면 다시 지을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비밀리에 얼마든지 고도화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서 코피전략과 같은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서울과 일본 도쿄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무장해서다. 이젠 미국이 선제공격하려면 북한 핵을 먼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대북 군사옵션을 사용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비무장지대(DMZ) 바로 옆에 2800만 명이 사는 서울(수도권)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제 미국에 남은 옵션은 북한이 핵무장을 더는 확대하지 않도록 경제제재를 지속하면서 김 위원장을 달래는 방법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과도할 정도로 추켜세우며 칭찬한 배경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흔들림 없는 약속을 했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아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던 CVID에 대해선 시간이 없어 김 위원장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조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지론이던 북핵 일괄 해결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어제 ‘완전한 비핵화’ 속에 CVID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가 미국 언론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의 반응은 기대 수준 이하다. 북한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북)양측이 ‘단계적 동시적 행동’ 원칙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이 내세웠던 요구 그대로다. 단계적 동시적이란 북핵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되 단계별로 미국 등이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말과 배치된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식은 제네바 합의(1993)나 6자회담의 2.13 합의(2007) 이행 과정에서도 실패했다. 그때도 북한은 단계마다 온갖 상황을 트집 잡아 합의 파기를 시도했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CVID는 정보조작·언론유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런 북한의 주장이 맞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요구를 과감히 들어준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 주부터 시작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과 비핵화 세부 협상이 주목된다.
 
한·미동맹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이 대사 상호 파견 등 외교관계 개선을 언제 할 거냐’는 질문에 “곧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동맹의 근간인 연합훈련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은 엄청난 돈이 든다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한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군당국은 오는 8월 예정된 을리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재난대비 훈련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연합훈련을 하지 않으면 북한 위협에 대비한 작전계획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준비태세가 취약한 상태에서 실제 전투가 발생하면 희생만 커진다. 나아가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 등 한미동맹 이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3만2000명(실제론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철수하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김 위원장이 진정성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천만다행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확보한 핵무기를 끝까지 고집하거나,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겨 비핵화를 포기하면 재앙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 실제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리라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어느 경우든 우리는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주한 및 주일미군을 협박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부담으로 느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미국 입장에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주일미군이라도 유지하자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1950년 한국전쟁을 불러일으킨 애치슨라인이 재연되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비핵화에서 이탈해 핵무기로 한·미를 협박하는 상황이 생길 때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북한에 모든 것을 양보하고 내줘야 할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북한의 비핵화에 김 위원장의 노력을 더 해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안보적으론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정부는 신중 모드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1000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이 생생한데도 패트리엇급 국산 요격미사일 M-SAM 생산을 보류시키는 국방부의 결정과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이 불안해하고 안보태세를 의심할 수 있다. 인기 위주의 국방안보정책은 최대한 배제돼야 한다. 연합훈련 중단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과 의논 없이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결례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