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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사각지대 P2P 대출, 금융당국이 감독한다

P2P(개인 간 거래, Peer to Peer) 대출 업체 ‘더하이원펀딩’의 홈페이지에는 “안전과 수익성이 함께하는 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사의 A대표는 최근 200억원대의 돈을 챙겨 잠적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P2P 대출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할 때는 B씨를 대표이사로 올렸지만, 실제는 A씨가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업체 피해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P2P 업체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법도 없고, 규제도 없다. 대신 금융당국은 P2P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를 간접 규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P2P 업체를 직접 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14일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경찰청·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P2P 대출 합동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P2P 시장에 진입 제한이 없다 보니 업체가 난립해 기술력과 안전성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대출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은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신속히 반영하고, 입법을 통해 규율 내용의 강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2P 대출은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돈이 필요한 수요자(차입자)와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거래다. 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끌면서 누적 대출액은 2015년 말 373억원에서 지난 5월 말 3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성장통도 따랐다. P2P 업체는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 일부 업체의 부실 대출로 투자자 피해도 잇따랐다. P2P 업체 ‘헤라펀딩’은 투자금 130억원을 돌려주지 못한 채 지난달 24일 부도를 냈다. 이 업체 상품에 200만원가량 투자했던 박모(33)씨는 “결혼자금을 불리려고 했는데,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 대출 가이드라인’도 고치기로 했다. 대출 만기와 투자 기간이 일치하지 않으면 대출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 돈으로 먼저 들어온 투자자의 원금을 돌려주는 ‘대출 돌려막기’를 막기 위해서다.
 
허위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막기 위해 부동산 담보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공개하거나, 감정평가사·변호사 등 공신력 있는 제삼자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도 가이드라인에 담긴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그 돈을 P2P 업체 계좌가 아닌 별도 계좌에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P2P 업체가 폐업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투자자들이 맡긴 돈만 별도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이 연체될 경우 P2P 업체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연체금의 얼마를 회수했는지, 남은 돈은 얼마인지 등의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P2P 연계 대부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고,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선 신속히 현장검사를 하기로 했다. 업체가 마음대로 폐업하거나, 임직원이 도주할 경우 수사기관과 협력해 출국 금지 등 투자금 보전·회수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P2P 대출은 원금보장이 아닌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을수록 투자 위험이 커진다. 투자 수익률이 20%에 육박한다면 대출자들은 수수료를 포함해 연 23%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리는 셈이다.
 
양태영 한국P2P금융협회장(테라펀딩 대표)은 “P2P 업계에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고 본다”며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검증된 업체와 상품에 분산 투자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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