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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시작됐는데 불꺼진 아파트 … 비수도권 빈집 공포

강원도 춘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3년 전 이 지역에서 85㎡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공사를 마치고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김씨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신은 기존 집에서 살고 분양받은 아파트는 전세를 놓을 계획이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주 지정 기간은 끝나가는데,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분양 아파트를 매각하든지 연체료를 물면서 세입자를 찾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평택 소사벌지구에 있는 서재자이아파트 전용면적 112㎡형은 최근 2억5000만원대에 거래됐다. 한때 3억2000만원까지 거래됐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은 최초 분양가(2억7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아파트 단지를 주로 거래하는 G공인 김모 대표는 “지난해 8·2대책 이후 집값이 급락했다”며 “강남 집값 잡으려다 지방 집값만 확실히 잡은 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방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대구 수성구나 광주 남구 등 일부 지역은 집값이 치솟고 청약 열기가 뜨겁지만, 남의 동네 얘기다. 대부분 지방의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미분양·미입주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주택 경기가 좋았던 2015년 전후로 지방에서 ‘묻지마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들도 부메랑을 맞고 있다.
 
어렵게 분양을 받고도 입주를 못 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방의 역전세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5월 지방 분양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은 72.2%로 나타났다. 100가구 중 28가구가량이 정해진 기간에 입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거나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 한 경우가 많다”며 “대출 규제로 잔금을 구하지 못한 수분양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부산·경상권 입주율은 71.4%로 지난달보다 4.7%포인트 하락했다. 주산연이 입주율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광주·전라권 역시 68.9%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주권(68%), 강원권(71.7%)도 전국 평균(74.5%)에 미치지 못했다. 대전·충청권은 76.8%였다. 반면, 수도권의 입주율은 85.4%였다. 입주율은 입주 지정 기간이 만료된 분양 단지의 분양 가구 수에서 입주를 마쳤거나 잔금을 납부한 가구 수의 비중을 계산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방 아파트 미분양도 계속 쌓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9585가구다. 이 중 82.6%(4만9222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다 지었는데도 분양이 되지 않아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683가구인데, 이 중 81%(1만326가구)가 지방에 있다. 지방 미분양은 2015년 말 3만875가구에서 지난해 말 4만5463가구로 늘었고, 5월 중 5만 가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물량이 워낙 많은 데다 규제 정책이 강화되고, 일부 지역은 산업 기반이 붕괴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내년에도 지방 부동산 경기는 고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용 부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연구실장은“6월 이후에도 경남, 부산, 강원을 중심으로 입주 예정 물량이 많다”며 “집이 팔리지 않고 세입자를 구하기도 점차 어려워지면서 미입주 리스크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미입주·미분양이 발생하는 일부 지방은 정부가 규제하는 지역과는 상관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규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건설사의 과잉 공급, 지역 산업 위축, 인구 유출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 창원, 군산 등 침체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지방 부동산 침체가 아직 전국적 현상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윤·이상재 기자 pin21@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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