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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바닥 민심 들여다보니→'보수 텃밭'서 혼쭐난 한국당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4곳에서 승기를 굳혔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쳤다. [연합뉴스]

전체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4곳에서 승기를 굳혔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쳤다. [연합뉴스]

 
TK(대구·경북)가 '보수 텃밭'이란 정치 공식은 가까스로 지켰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역대급 참패 뒤엔 "한국당이 'TK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쓴소리가 남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지자체 최소 6곳에서 승리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손에 남은 것은 대구와 경북 단 두 곳이었다.
 
TK에서도 '한국당 천하' 구도는 깨졌다. 언뜻 보기엔 대구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모양새다. 대구 8개 구·군 중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달성군 1곳만 빼고 지켜내서다. 하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진보 진영에게 앞마당을 모두 빼앗긴 형국이다.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대구 8개 구·군을 싹쓸이했다. 남구와 달성군은 도전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됐다. 8개 지역 중 달서구 1곳을 제외한 7곳에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를 낸 달서구에서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7.13%를 얻어 72.86%를 득표한 곽대훈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3배 가까운 격차로 졌다. 
13일 오후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각각 수성구 권 후보 선거사무실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각각 수성구 권 후보 선거사무실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엔 반대로 민주당은 달성군 1곳만 빼고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냈다. 이 후보들은 낙선했지만 최대 4.4%p 격차(동구청장)의 초접전 양상까지 보이며 한국당을 위협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몰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해볼 만한 지역'이란 이미지를 갖게 된 대구는 더 이상 선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직장인 김성연(58·달성군 화원읍)씨는 "투표를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적이 없다"며 "다시 한 번 한국당에 기대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쯤 한국당에 따끔한 채찍을 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경북의 경우 한국당 입장에선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보수의 성지' 구미시를 민주당에 내줬다. 장세용 민주당 후보가 40.8%를 득표해 38.7%를 얻은 이양호 한국당 후보를 누르면서다. 구미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각각 3선을 하면서 한 번도 진보 진영에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도시다.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당선됐다. 장 당선인은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에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다. 장 당선인과 부인인 김창숙 전 경북도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 구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당선됐다. 장 당선인은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에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다. 장 당선인과 부인인 김창숙 전 경북도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경북도지사 선거 판세를 살펴봐도 한국당의 위기를 읽을 수 있다. 2014년 선거 때만 해도 김관용 새누리당 후보는 득표율 77.73%로 오중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14.93%)를 압도했다. 62.8%p, 79만7386명 차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이철우 한국당 후보는 52.1%, 오중기 민주당 후보는 34.3%를 득표했다. 둘의 득표율은 17.8%p 격차로 좁혀졌다. 오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 18만9603명에게 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48만2564명의 지지를 얻었다. 그 사이에 한국당의 표는 98만6989표에서 73만2785표로 급감했다. 25만4000여 표를 잃었다.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대구에서 49명의 민주당 의원(광역 4명, 기초 45명)이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 당선자 수(9명)의 5배가 넘는다. 대구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광역의원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 6·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 6·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수에 대한, 특히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무조건적인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TK에서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각 당선인들도 위기를 의식한 당선 소감을 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금 전국적으로 한국당과 보수가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있고 그래도 대구·경북에서 보수의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데 저와 경북지사가 책임이 막중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도 "한국당이 다른 지역에서 완패한 데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안동=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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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