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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여성 검사 70% 성적 피해 당하는 사회 … 미래 있나”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여성 검사의 70%가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검찰이 이 정도라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 4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만난 권인숙(54)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권 위원장은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2010년 장례식장에서의 성추행 피해 폭로 직후인 지난 2월 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여성학자인 권 위원장은 장년층에겐 ‘권양’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라서다. 그 사건을 통해 전두환 정권의 반(反) 인권성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듬해 6월 민주화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권양’에게 검찰은 경찰의 추악한 범죄를 감쌌던 공범이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나 검찰의 민낯을 들여다본 권 위원장은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겠지만 최근 10여년간에는 변화가 정체돼 있었던 것 같다”며 “검찰 조직의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성차별 문화는 여전했다”고 진단했다.
 
“실태 파악을 위해 전수 조사를 했더니 법무·검찰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61%가 임용 이후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어요. 여성 검사로 범위를 좁히면 비율이 70%로 올라갑니다. 우리 사회 어느 조직에서도 이 정도 통계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들이 조직을 못 믿는다는 점이죠. 피해 사실을 알리면 문제 인물로 낙인 찍히거나 의도를 의심받는 2차 피해도 심각합니다.”
 
권 위원장은 “여성 검사의 사회적 지위는 높은 편이지만 조직 내에서는 약자”라며 “엘리트 집단 내에서 살아남으려면 성희롱을 포함해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 검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뭔가.
“근무평점에서 여검사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살아남기 위해 불공정한 대우와 살인적인 장시간 근무, 성폭력조차 감내해 왔다. 근무평정 자체가 야근과 주말 근무를 전제로 하는 통계상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
 
불평등한 걸 알면서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권력관계가 강한 조직,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연봉이 높은 조직, 또 여성이 소수인 조직에서 일상적 성폭력이 더 많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불합리한 문화를 감수하는 것이다. 여검사들도 실태 조사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현재 검찰 내 여성 검사 비율이 30%나 되는데 불평등 구조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특수부·공안부 등 주요 부서의 여검사들은 임용 초기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한 지방검찰청에선 창립이래 한 번도 여검사가 특수부에 배치된 적이 없었다. 어떤 검찰청에선 특수부장이 매일 자정에 회의를 소집해 수사를 독려하는 데 우리 사회 특성상 육아 부담이 큰 여검사들은 그런 업무강도를 버텨가며 제 몫을 할 수 없다고 지레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안부에는 임신한 여검사는 당직이 면제된다는 내부 지침이 있다. 공안부 근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실태 조사를 하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
“성평등 문화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열망은 폭발적이다. 문제는 의사결정권자들이다.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이 업무 평가와 인사 체계를 대수술하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검찰에서도 여성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문화를 조속히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
 
권 위원장은 최근에 한국 사회를 휩쓴 ‘미투’ 운동의 의미도 짚었다. 권력관계 속에 숨겨져 있던 추악한 성폭력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 떠오르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2차 가해”라며 “개별 성폭력 사건의 내용보다는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춰야 양성평등의 조직 문화가 자리잡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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