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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외치던 커들로, 백악관 가선 관세장벽 옹호

래리 커들로. [워싱턴 AP=연합뉴스]

래리 커들로. [워싱턴 AP=연합뉴스]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북미정상회담장. 미국 경제사령탑으로 불리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미국의 무역 정책과 대북 경제 제재 등 실무를 지휘하는 그가 보이지 않는 건 의외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악수를 하는 그 시간 커들로 위원장은 월터 리드 메디컬센터에 있었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30분 전 “무역과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커들로 위원장이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며 트위터로 이 사실을 알렸다.
 
지난 3월 백악관에 입성한 커들로에게 최근 3개월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의 전선이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EU)까지 넓어졌다. 8~9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미국발 무역 전쟁’에 대한 동맹국의 성토장이 됐다.
 
미국은 오랜 이웃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날 선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 최전선에 커들로 위원장이 섰다. 10일 CNN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커들로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행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관세와 관련해 미국을 비난한) 트뤼도 총리는 우리의 등에 칼을 꽂은 것과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하는 동맹국을 향해서는 “글로벌 무역체제는 이미 무너졌다. 트럼프는 이를 시정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들로의 거친 언사는 의외로 여겨질 정도다. 그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공화당 성향의 인물이다.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 행정관리예산국(OMB)에서 일했다. 1990년대 베어스턴스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그는 TV해설가로 변신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그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반기를 들었다가 경질된 게리 콘 전 NEC 위원장 후임으로 백악관에 발을 들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가 된 뒤 스스로 ‘행복한 전사’라고 칭할 만큼 열정에 넘쳤다. 하지만 정치판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인들의 말을 인용해 “커들로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고 전했다. 방대한 업무 영역뿐만 아니라 오락가락 널을 뛰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과 백악관 내부의 권력 투쟁 등에 지친 듯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역 정책을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갈등은 트럼프가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며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온건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최근 무역 정책의 주도권을 빼앗긴 듯하다. 대신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악관 내부의 이러한 역학 구도 속에서 코드 맞추기를 위해 커들로가 변심한 것일까. 트럼프에 대한 충성 발언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커들로는 최근 “무역 정책과 관련한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누구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WSJ). NYT는 “커들로는 공화당의 다른 인사들과 달리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을 옹호하면서 트럼프가 자유무역을 원한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커들로는 “관세 장벽과 보조금 지급 등 자유무역을 훼손하는 각국 정부의 정책이 사라져야 무역 전쟁을 끝낼 수 있고 공정 무역을 향해 갈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중요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스탠트 시술을 받은 뒤 커들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미국발 무역 전쟁의 포성은 그의 복귀와 함께 다시 울릴 듯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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